딸은 부유하게 키워라! 하지만 엄마도 꿈이 있단다

좋은글2017-09-29 14:19


딸은 부유하게 키우고 아들은 가난하게 키워라!


언제부턴가 사회적으로 이런 말이 유행하더니 얼마 전 한국뉴스에서는 딸을 키우는 비용이 아들을 키우는 비용보다 높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나는 하나밖에 없는 금쪽같은 딸을 최대한 우아하게, 최대한 부유하게 키우려고 애썼다. 3살부터 피아노학원에 보냈고 4살부터는 미술을 하게 했으며 5살부터는 라틴댄스를 전문적으로 배우게 하였다. 주기적으로 음악전시회도 데리고 다녔고 주말에는 레스토랑에 가서 서양요리를 시켰으며, 옷도 전부 명품브랜드로 마련했다.



가족지출의 절반이상을 딸에게 쏟은 만큼 얼마나 이쁘게 커줄지에 대한 기대도 점점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딸은 차분히 앉아서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피아노도 치는둥 마는둥, 미술은 지겨워서 더는 못하겠다고 하였다. 제일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여자는 우아해야 한다”고 귀에 못 박히게 얘기해줬는데도 밥을 먹다가도 큰소리로 대들거나 쩍하면 화를 내고 길을 걸을 때도 여러번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땅만 보고 다녔다.


이런 모습을 보는 나는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딸에게 화도 내봤고 조용히 타이르기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마가 이 몇년간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대를 했는지 내 속을 찢어서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그날도 또 같은 이유로 딸과 마찰이 생겼다. 나역시도 화를 주체 못하고 끝내는 소리지르고 말았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책을 홱 던지더니 수년 간 차곡차곡 쌓아온, 나름 자부하는 나의 헌신에 제대로 된 비수를 꽂는 말을 했다. “엄마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나에게 뭐라고 해요? 엄마 자신을 보세요. 매일 늘어빠진 면티만 입고, 종래로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 말할때는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창피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였어요. 아침부터 잔소리가 시작되고 쩍하면 포효하듯 저를 욕하잖아요. 엄마가 우아하지 않은데 제가 뭘보고 우아함을 배우겠어요?



그 말에 나는 방망이로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이 혼미해졌다. 최고의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10년간 아끼고 절약하며, 가장 저렴하고 견딜만한 환경으로 버텨왔으니 외모를 가꿀 새가 없었을 뿐 더러 마음을 가꿀 새 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진흙이 되더라도 꽃처럼 딸을 열심히만 키우면 그 꽃이 활짝 펴서 나마저도 돋보이는 인생을 살고 싶었는데, 그 꽃이 피기도 전에 자신을 받쳐주는 발밑의 진흙을  꺼려하다니……



곧장 집을 나온 나는 그대로 백화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리고는 평소에 봐뒀지만 엄두를 못냈던 메이커원피스를 사고 육아와 함께 담을 쌓았던 구두가게에 가서 눈여겨 뒀던 빨간색 하이힐까지 함께 장만했다. 미용실에 가서 수석디자이너에게 부탁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산뜻하게 꾸미고 화장품 가게에 들러서 화사한 립스틱까지 구매했다.


백화점을 나오는 길에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10년은 젊어진 것같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뿌듯해났다. 도시의 저녁시간은 그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도로에 차가 많고 사람이 엄청 붐볐다. 평소같으면 인상을 확쓰고 불평을 늘어놓았을 법도 한데, 오늘은 왠지 콧노래가 흥얼흥얼 나온다. 지하철 유리에 비친 새로운 스타일의 나는 꼭 마치 10년 전 남편의 프로포즈를 받던 그때의 생기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오니 변해버린 내 모습에 눈이 휘둥그래진 딸, 오래도록 나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더니 결국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피아노를 친다. 평소엔 그렇게 피아노를 연습하라고 해도 안하더니 오늘은 스스로 예쁜 선율을 선물하는 딸, 부모만 자식이 이쁘기를 바라는게 아닌가보다. 이뻐진 내 모습에 딸도 즐거워하는구나.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이쁜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면 지나가는 자동차소리마저 아름다운 선율로 들리던 그때, 자주가는 서점에서 같은 책을 꺼내려다가 알게 된 지금의 내 남편, 그때는 소설가가 되려던 나의 야무진 꿈도 함께 꽃피고 있는 중이였었다. 모든게 아름다웠던 그 시절, 외모에 가장 최선을 다한 시기였다.



휴대폰을 켜고 장바구니에 있던 소설책들을 전부 구매했다. 평소에 보고싶었었지만 시간이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나만의 독서시간, 이젠 아이가 곁눈질 할까 싶어 눈에 초를 켜고 지켜봤던 그 시간들을 나의 독서시간으로 바꾸려 한다. 아니나 다를가 소파에 앉아 독서하는 나를 보더니 책한권을 들고 내 옆에 앉아 함께 보는 딸, 화를 잔뜩 내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있는 방법이였다.



예전엔 평소보다 10배나 잔소리가 늘어나서 진빠진던 주말이였지만 이젠 친구들과 만나 가까운 곳에 힐링여행을 다녀온다. 집안일을 잠시나마 잊고 파란하늘을 만끽하다보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감수를 사진과 함께 위쳇 모멘트에 적어 올리니 “엄마 즐거운 여행되세요.” 하고 딸아이가 번개마냥 댓글을 남긴다. 온통 애사진 뿐이였던 모멘트에 나의 생활을 올린게 신기한지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쟤가 나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가던 동창들이 하나둘씩 하트를 눌러준다. 그렇게 나의 생활은 점점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더이상 딸아이에게 숙제를 하라고 소리지르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나도 컴퓨터를 켜고 나만의 작업에 매진했다.


애가 있고 가정이 있는 나에게 사치라고 느꼈던 생활들, 딸아이의 엄마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며 딸아이에게 끊임없이 인정받기를 원했던 과거였는데, 그걸 놓아버리니 가족의 평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엄마라는 신성한 타이틀을 나 스스로가 짐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으르렁대지 않아도 충분히 잘 돌아가는 우리 집안, 그리고 나의 변화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딸아이의 변화였다. 예전보다 많이 밝아지고 대화할때 미소를 지어주는 딸아이, 피아노도 미술도 자각적으로 척척 알아서 하는 착한 아이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말 몇마디 못하고 짜증부터 내서 무섭기까지 했던 딸아이가 이젠 나에게 조곤조곤 대화한다. 최고로 행복한 변화는 딸아이의 눈빛에서 나를 존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이의 최고의 선생님은 엄마이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세상을 배운다.


딸에게 원했던 잣대를 나 자신에게 실행하라…


그러면 딸아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성장할 것이다!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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