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은 선택과 도전의 용기를 주었습니다”(25)

개혁개방 40주년2018-04-25 08:48

개혁개방 1번지 광둥을 가다(25)-- “개혁개방은 선택과 도전의 용기를 주었습니다”



후이저우삼사실업발전유한회사 이영선 총경리


개혁개방은 거침없는 상전의 서막을 열어놓았다. 광둥의 모든 업종이 기회였고 새 출발이었다. 사람들은 줄기차게 광둥으로 향했다. 상전은 나름 ‘전쟁’과도 같은데 이 ‘전쟁’에 이를 악물고 사납게 뛰어드는 남자들과 함께 ‘언니’도 뛰어들었다.


그 뒤 22년이 흘렀다. 광둥으로 간 ‘언니’는 어떻게 됐을까?


나는 광둥 후이저우에서 이 '쎈 언니'를 만났다.


▲사진= 1996년 광둥 후이저우에 진출, 현재 후이저우삼사실업발전유한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영선 총경리는 현지에서 인력자원매니저 전문가로 불리운다. 현지 입주기업의 인사 '개혁'으로 수차례 '유리천장 깨기'의 신화를 창조했다.


“22년 전 광둥 갔던 언니는 잘 있단다”


헤이룽장에서 취재진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선 씨(48,고향 헤이룽장성 오상시)는 고향에서 어떻게 광둥까지 왔냐며 반가이 맞아주었다. 스무여살이 되는 딸을 둔 엄마인 그녀는 같이 소주 한잔 마실 수 있는 선배, 부모님에게 말 못할 고민을 해결해주는 ‘중간 어른’, 냉철한 지성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멘토, 청춘들과 함께 아픔을, 꿈을,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친절한 ‘언니’를 연상케 했다.


지금은 후이저우시 중카이 HR(인사관리)경리인협회 상무 부회장, 후이저우시 인력자원서비스산업협회 감사, 노무파견협회 부비서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이저우의 핵심 공업 중심지인 중카이(仲恺)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 입주한 기업들의 HR분야 흐름 전반을 주름잡고 있는 업계의 ‘홍일점’이다.


2012년부터 후이저우 삼사실업발전유한회사(惠州三社实业发展有限公司)를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BPO(회사의 핵심업무를 제외한 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겨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아웃소싱 방식)가 주 업무로 기업의 구매, 생산, 컨설팅, 인사관리, 인재파견, 리스크 관리 등 다방면의 업무를 도급맡아 하고 있다. 주 고객사는 TCL,쥔야(骏亚)전자, 카이허웨이(凯赫威)정밀제조, SONY, LG, 더싸이(德赛)그룹,이웨이리능(亿纬锂能), 포산FAW국제물류 등 굵직한 기업들이다.


등록한지 불과 5년 만에 연 매출액 1억 위안을 돌파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사진= 2017년 11월 25일, 후이저우 삼사실업발전유한회사 설립 5주년을 맞아 이영선 총경리(중간)와 임직원들이 경축 파티를 열고 있다.


“악착스레 일하고 공부했다”


‘언니’가 새 삶을 광둥에서 재탄생시킨 ‘무기’가 있었다면 뭘까? 궁금했다.


정착 초기, 종사 분야 프로가 되기 위해 정말 수없이 많은 공부를 했다는 그녀, 불굴의 정신, 악착같이 일하고 공부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고향이 헤이룽장성 오상인 그는 학교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가난때문에 고중2학년 학업을 어쩔 수없이 아쉽게 꺽고야만 했다. 복장성 취직, 대리교원을 전전하면서 1993년 칭다오로 진출했다. 당시의 한솔전자에 입사하게 되는데 식당으로 발령났던 것이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인사과로 재발령이 나면서 운명이 반전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그후 회사의 업무연속으로 1996년 금성 알프스전자(LG이노텍 전신)가 후이저우에 입주하면서 본격 후이저우로 전근, 입성했다.


개혁개방이 한창인 1996년, 광둥성 후이저우의 땅은 신흥의 중국 본토 기업들이 일떠서고 한국 대기업인 삼성과 LG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곳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을 때였다.


후이저우 LG이노텍의 초창기 원로로 인사관리를 맡게 된 ‘언니’는 처음 시작부터 중견역할이었다. 악착같이 일하고 공부했다.


모든 것이 스타트였던 당시는 규범화된 회사 관리규정 체계가 없었던지라 한국본사의 제도를 가져와 현지에 맞게 노동법을 재제정해야만 했다. 업무량이 어마어마하고 까다로웠다. 한국본을 중국어로 번역해서 만들고 교육했다. 새벽까지 연장 근무하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퇴근하면 무조건 번역공부에 몰입했다. 중한 단어를 메모해놓고 외우고 또 외웠다. 사전은 보풀이 나도록 펼쳐졌다.


학창시절 때 가정조건때문에 뭉텅 잘라버린 ‘공부 꿈’이 어찌 한이 아니였으랴, 한올 쉬면 무섭게 한올이 잇달아 닥쳐오는 시련 앞에 그녀는 하나 또 하나의 관문을 이겨냈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전문업체에서 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각종 작업을 직접 배우고 부딪혀 현실화시켰다.


‘유리천장 깨기’의 신화


광둥성 후이저우에서 그녀는 번마다 ‘유리천장 깨기’의 신화를 일으켰다.


2000년대 초, 국가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전력 추진하고 있을 당시, 외국계 기업은 그때까지도 꿈쩍 않고 있었다. 매일마다 예고없이 터지는 처절한 사고현장을 달려가서 후속 처리를 했던 그때, 근로자 가족의 불안함과 우려를 직접 지켜봤던 ‘언니’는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 LG이노텍의 근로자 사회보장제도 가입 ‘사건’이었다. 근로자의 생활안정 향상과 회사의 안정적 효율을 목적으로 그는 층층의 보수주의를 뚫는데 성공해 후이저우에서 사회보험 가입을 철저히 실현한 첫 외국계 기업을 탄생시켰다.


2005년에는 또 최초로 노조도 만들었다. 회사의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행복지수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2007년 ‘언니’는 후이저우 이웨이리능(亿纬锂能}으로 이적해 상장준비사업을 전담하는 선봉장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2009년 드디어 회사를 상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후이저우에서의 첫 상장회사이기도 하다.


듣기만 해도 딱딱하고 힘든 분야에 뛰어든지 벌써 20여년, 이 과정에서 그는 인력서비스 도급의 거대한 발전 공간을 실감했다.


▲사진= 이영선 총경리(오른쪽 두번째)와 회사 임원들이 업무예회를 가지고 있다.


개혁개방으로 본토 기업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시스템, 인력, 컨설팅 등 다분야의 구멍은 아직도 크다. 개혁개방을 더 깊고 더 넓게 파고들어가야 할데 관한 국가 정책에 힘입어 ‘언니’가 현재 하고 있는 BPO업무는 전망이 밝다. 후이저우 중카이(仲恺) 첨단산업 개발단지에만 약 2500여개 회사들이 입주해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국가의 정책은 재차 그녀에게 강심제를 주입했다.


‘거물’들이 운집한 상계에서 그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정신력으로 꿋꿋하게 광둥에 정착했다. 회사 구조조정 개혁과 공장 운영에 수시로 ‘칼’을 들이대는 프로 ‘전사’로 탈바꿈했다.


“개혁개방은 나에게 새로운 선택과 도전의 용기를 주었습니다. 닥치면 해결해야죠” 소탈하게 웃는 그녀.


고향을 멀리하고 떠난 길, 선택의 순간은 쉴새없지만 겁 먹지말고 긍정으로 프로가 되라고 신신당부하는 이 여자…마르지 않는 에너지에 다시 한번 놀랐다.


/본사 특별취재팀 이수봉 김호 진종호 김련옥 이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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