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닭, 기분좋닭'... 주변에서 이 조선족 젊은이네 닭을 알아주는 리유

렴청화 기자2018-04-26 08:54

그곳 닭이 유명한 리유... '자연의 순리대로'


일상에서 계란이 가장 손쉽게 접하는 완전식품인가 하면 퇴근길 동료들과 맥주 한잔에 곁들이는 치킨의 맛은 하루의 피로를 싹 풀어주는 '위로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닭은 참 익숙한 동물이다.


닭생닭사. 말 그대로 닭과 함께가는 일상이였다.


"닭을 키워볼래?"라는 이웃의 권고로 이 일에 뛰여든지도 어언 14년째다. 3000원을 투자해 닭 100마리로 시작한 조촐한 규모가  2만 4천마리로  불려졌다.


연길 시가지가 한눈에 안겨오는 동쪽 시교마을 소영진 동광촌, 그곳의 양지바른 언덕위에서 닭 8천마리가 사육되고있다. 밀알생태농장 농장주 김룡문씨(38)의 꿈의 터전이다. 봄바람이 꽃샘추위를 녹여버린 어느 하루, 자연농업이라는 키워드로 이미 유명해진 젊은 농부 룡문씨를 만났다.


Δ 농장주 김룡문씨가 닭의 자람새를 살피고있다.


 농부, '양계'라는 트렌드를 읽다 


20대 초반에는 음향기기 장사를 했다. "수입은 괜찮았죠. 돈이 되는거라면 닥치는대로 열심히 했으니까..." 일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룡문씨는 말을 아꼈다. 짐작하건대 하고싶은 일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닭을 키우는게 어떠냐는 이웃집 로인의 제안에 "바로 이거다" 싶었단다. 사실 마음이 동한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다. 전에 어머니가 닭을 키우셨던것.



덜컥 시작했지만 남의 양계법을 어깨너머식으로 배워내려니 쉽지 않았다. "가둬놓고 키우는게 좋은 사육법일가?" 닭이 먹고, 자고, 알을 낳는 과정이 제한된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케이지식 사육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그런 방식으로 출하되는 고기나 계란에 어떻다할 자부심도 없었다.


건강한 닭을 키우고싶다. 

어.떻.게.할.가? 


일단 닭 40마리를 자연방사했다. 기분좋은 닭이라야 명품닭이 될수 있다는 착안에서 시작해 스트레스는 빼고 여유는 더했다. 이렇게 키운 닭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뛰여다니며 부역토를 파먹던 닭들이 한달새 건실하게 큰것이다.


그것이 룡문씨가 자연농업을 선택하게 된 변곡점이자 전환기였다.


땅을 뚜져 벌레를 파먹고 흙으로 진드기를 털어버리는것, 케이지닭이라면 누릴수 없는 이같은 호사는 사실 닭의 본능이기도 했다.


수탉 1마리당 암탉 10마리로 성비례를 맞추는것 역시 건강한 유정란을 내오기 위해서다. "토종닭이라 하면 다들 반기는데, '유정란'이 뭔지는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유정란이란 수탉과 암탉이 교미하여 나오는 계란이며 시중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는 '토닭알'이 바로 이것이다. 반대로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케이지닭은 교미과정이 없기에 당연히 '무정란'만 낳게 된다.


사실 유정란이나 무정란이나 그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게 일반적인 학설이다. 다만, 키우는 과정에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알낳이로만 존재하는 닭, 본능대로 사는 닭. 어느쪽이 스트레스를 덜 받을지는 자명한 일이다. "닭이 쉴새없이 알을 낳다보면 수명도 따라서 줄어듭니다. 우리 닭은 이틀에 한알씩 낳아요. 알을 낳는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뿐더러 공간이 너무 밝아서도 안됩니다. 닭은 예민한 동물이거든요."


양계에서 사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옥수수, 무우, 홍당무우, 배추 등 유기농 채소를 주재료로 계피, 감초, 생강 등으로 구성된 한방영양제를 혼합해 닭에게 먹인다. 그중에서도 '아로니아'가 특색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알겁니다. 아로니아가 독소를 없앤다는걸... 우리 농장에선 자체로 재배한 아로니아를 닭에게 먹이고 있어요." 이런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은 면역력이 높아 잘 앓지 않는다며 룡문씨는 뿌듯해했다.




"드셔봐요." 취재 도중에 룡문씨가 계란 한알 건넸다. 예상했던 계란 특유의 비릿함은 없고 대신 쫄깃하고 고소한 맛만 느껴졌다. 날계란도 이런데 삶거나 볶으면 얼마나 맛있을가. 조건반사적으로 거절했던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내친 김에 흰 접시에 계란 한알 탁 터쳐 육안으로 살폈더니 3층 분리는 물론이고 점도와 탄력이 한눈에 느껴졌다.


벼짚이 두둑하게 깔린 계사에는 상상했던 암모니아 냄새가 없다. 자연의 정화기로 불리는 토착미생물이 그 비결이다. 닭똥을 미생물이 분해시키면 일부분은 2차 닭사료로, 일부분은 농장 퇴비로 모아진다.


닭고기나 계란은 현재 연길의 시장, 호텔들에 회원제로 판매되고있다.


 농부의 진심, 자연의 화답 


룡문씨의 밀알생태농장은 연변에서 유일한 '자연농업시범기지'이며, 연길시 소영진 동광촌에 위치해있다. 부지면적은 20만㎡이며 동물 사육·판매, 야채재배, 새기술·서비스 개발을 일체화한 생태농장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사실 룡문씨가 그리려는건 '자연농업'이라는 큰 그림이다.


자연농업의 사전적 의미로는, 순환리듬에 맞추어 자연계에 있는 풀과 미생물 및 모든 생물의 기능을 활용해 살아있는 흙을 만들어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지키는 농법'이다. 일반적인 관행 농업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짓는걸 뜻하는, 요즘 꽤 유명한 '유기농업'과는 다소 구별된다.


Δ 자연농업의 또다른 이름은 순환농업이다.


룡문씨는 자연농업의 기본은 땅심이라 생각했다. 4년을 푹 묵혀둔 땅에서는 무우, 홍당무우, 고추, 가지, 배추, 딸기, 아로니아 등 십여 가지 품종들이 재배된다. 농약보다는 해빛, 땅의 기운을 듬뿍 흡수한 채소가 사람들의 식탁으로, 혹은 농장닭의 천연사료로 공급되는 선순환이 바로 이곳에서 이뤄지고있다.


룡문씨는 농한기를 빼고는 쉴 틈도 거의 없다면서 사람좋게 웃었다. 그는 "촌정부의 도움도 컸다"고 밝히고나서 "향후 친환경 재배업, 목축업과 향촌관광을 일체화한 농장모델로 인정받는것이 목표"라며 야심을 비췄다.


뭔가 거창한 농사철학이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그런건 없다고 했다. 룡문씨에게 농사란 단순한 일이다. 땅에 좋은것이 사람에게 좋은것이며 뿌린대로 거둔다는걸 믿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 두려움과 초조함을 리해하는 이 얼마나 될가? 스물네살 풋풋한 나이에 농사를 선택해 양계, 재배를 이어오며 흘린 피와 땀, 눈물은 수없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늘 도전과 위기였고, '천상 농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농업이란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하여 '닭이 좋네', '채소가 맛있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제일 행복합니다." 룡문씨의 꿈은 소박했다. "닭, 소, 돼지가 자라는 과정을 료해할수 있을 뿐더러 여러가지 농작물도 직접 재배할수 있습니다. 6월이면 재보수가 마무리됩니다. 농장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놀러오세요."


빠른것만을 쫓는 요즘, 우직하고 느린것은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다. 곰실곰실 굼벵이도 가만두지 않는 세상에서, 젊은 농부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한 사람이 결국 산을 옮긴다는 말이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떠오른 단어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였다.


/렴청화 연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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