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짐의 소원

글소리2018-07-17 09:57


의사가 수술실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오자 싸리는 자리에서 튕기듯 벌떡 일어섰다.


“짐은 괜찮아요? 인차 나아질가요? 언제 우리 짐을 만날 수가 있어요?”


싸리의 지꿎은 물음에 의사는 입을 열었다.


“의사로서 우린 책임을 다했습니다만… 정말 죄송합니다.”


싸리는 상심하여 중얼거렸다.


“가여운 우리 짐이 불치병에 걸리다니… 하늘도 무심하지. 비나이다. 내 아들을 구해주소서.”


슬픔에 잠긴 싸리의 가긍한 모습을 바라보며 의사는 목이 꺽 막혔다.


“잠… 잠시후 간호원이 올테니 영안실에 가서 짐과 고별하십시오…”


아들과 고별할 때 싸리는 옆에 있어달라고 간호원한테 부탁했다.


왼손으로 간호원의 손을 잡은 그녀는 바른손을 내밀어 짐의 보송보송한 갈색머리칼을 정답게 어루쓸었다. 아직도 아들의 따스한 체온이 심장에 와닿는 것만 같았다. 구슬 같은 눈물방울이 소리없이 떨어져 그녀의 옷깃을 적셨다.



짐의 머리칼을 간수하겠느냐는 간호사의 말에 싸리는 묵묵히 수긍했다. 간호사는 조심조심 머리칼을 잘라 조그마한 비닐주머니에 담아서 그녀한테 건네주었다. 그러는 간호사한테 그녀는 말문을 열었다.


“유체는 대학연구실험용으로 기증하라고 짐이 유언을 남겼습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된다면 애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겠지요. 난 애초에는 견결히 반대했는데 외려 짐이 날 설복하는 게 아니겠어요?


‘어머니, 제가 죽은 뒤 시체는 어머니한테나 그 누구한테나 쓸모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의학연구에는 엄청 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나 같은 병에 걸린 아이한테 부모와 함께 지낼 시간이 더 주어질지 모르죠. 안 그래요?’


금싸락처럼 소중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내 아들은 늘 자기보다 다른 이를 항상 마음속에 두고 도와주려 했어요.”


말을 마친 싸리는 천근무게나 되는 발걸음을 옮겨디디며 병원대문을 나섰다. 근 6개월이나 드나들었던 병원이지만 이젠 다시 되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차에 오른 그녀는 유물박스를 조심스레 옆좌석에 놓았다. 순간, 홀로 운전한다는 것도 엄청 힘들었지만 아들 짐의 체취가 다분히 배인 집에 들어선다는 것 역시 힘든 고역임을 느꼈다.

싸리는 유물박스를 짐의 방에 들여놓고는 아들이 옆에 있을 때처럼 놀이감이며를 차곡차곡 정리하였다. 싸리의 손길은 저도 모르게 짐의 침대가에서 멈췄다. 그녀는 베개랑 이불이랑 살살 쓰다듬다가 그만 오열하옇ㅅ다. 시간이 이슥하여 기진맥진한 싸리는 짐의 베개를 꼭 그러안은 채 살풋이 잠들었다.


한밤중이나 되였을가, 문뜩 깨여보니 고이 접은 쪽지가 눈에 띄였다. 유물박스에서 흘러나왔나 싶어 정히 펼쳤다.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가 지금쯤 아들을 그리고 있을 줄 난 알아요. 이 아들도 저 세상에서 어머니를 무척 그리고 있어요. 난 여기서 매일매일 어머니만 생각하면서 지낼 거예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영원히 지우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 내가 그리워 참고견디기 힘드시면 남자애를 입양하세요. 내 방에 들게 하고 내 놀이감을 그 애한테 줘요. 녀자애라면 이쁜 인형이랑 많이 사줘요. 녀자앤 내 놀이감 안 좋아할테니깐요.


나를 그리워하면서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여긴 너무 좋아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를 마중했어요. 참관도 시켜줬어요. 이곳을 료해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오늘 저녁 할아버지, 할머니와 저녁을 같이하기로 약속했어요. 저녁식사가 참 맛있을 거예요. 아참, 깜빡할 번 했어요. 나 인젠 아프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마음도 개운해요. 하느님은 아마 고통에 시달리는 날 보기가 안쓰러워서 천사를 시켜 날 데려왔을 거예요.


어머니, 우린 언젠가 꼭 만날 거예요.


사랑해요.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 짐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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