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어머니를 ‘심다’

글소리2018-08-01 09:54

전쟁의 포성이 금방 그친 이라크는 음침하고 쓸쓸한 분위기였다. 포연에 시꺼멓게 그을린 벽과 무너진 층집은 비명과 통곡이 들리는 피비린 싸움터를 련상케 한다.


바로 이 페허 우에서 어머니를 ‘심는’ 이야기가 발생하였다.


어두침침한 달빛 아래에서 크고작은 그림자 둘이 울퉁불퉁하고 돌맹이가 가득한 길을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싸싸, 여기가 바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십자가가 꽂혀있는 무덤의 상공에서 멎었다. 전쟁은 이 이라크소녀에게서 위대한 모성애를 빼앗아갔다.


“아버지, 나를 얼리지 마세요. 여기에 어디 어머니가 있어요. 어머니가 도대체 어디에 있어요?”


“…”


“아버지, 빨리 말하세요. 나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엉…엉…”


“얘야, 울지 말아. 어머니가 어디에 계시는지 아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안해가 묻혀있는 무덤의 묘비를 바라보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였다.



달빛이 몽롱해진다.


“아마도 천당에 계시는 모양이다. 이제… 어머니가 꼭 돌아올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이곳에 와서 보거라. 얘야,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전쟁과 죽음 앞에서 순수하고 천진한 딸애에게 아버지는 무엇이라고 해석할 수가 있겠는가? 그들은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란 바로 난민영이였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녀자애는 손에 빵을 들고 아침해살이 비출 무렵에 또 묘지로 왔다. 그는 마치 어머니의 품에 기댄 것처럼 십자가에 기대여 앉아 천천히 빵을 뜯어먹었다. 그래도 이런 구제품 덕분에 굶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혼자 묘지에서 먹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는 천당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춤을 춰드렸다.



“어머니, 빨리 돌아오세요. 나는 어머니가 안아주기를 기다려요.”


돌아오는 길에 그는 묵묵히 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다. 한 목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녀자애가 불쌍하게 여겨져 물었다.


“오, 나의 가련한 애야, 너의 부모들은 어찌하여 너 혼자 이런 곳에서 놀게 하느냐? 하느님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목사는 앞가슴에 십자가를 그었다. 싸싸는 입을 쫑긋거리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목사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저 혼자가 아니예요. 여기엔 저의 어머니가 있어요.”


목사가 어떻게 해석하여도 녀자애는 령리한 두눈을 데룩거리며 계속 그 한마디 말을 반복하였다.


“…그런데 전 혼자가 아니예요. 저의 어머니가 여기에 있어요.”


맑고 순수한 동심은 삶과 죽음의 거리를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무덤 속에서 시종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데도 말이다.



어느 날 밤, 싸싸는 어머니의 새하얀 목수건에 가만히 얼굴을 묻었다. 엄마냄새가 담담하게 풍겨왔다. 그것은 페부를 찌르는 어머니의 냄새였다.


“야! 향기로워라!”


목수건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느라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싸싸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천당에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망한 그가 고개를 돌려 책상 우의 화분에 눈길이 멎는 순간 갑자기 한가지 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싸싸는 침대에서 뛰여내렸다. 누구도 이 고독하고 외로운 녀자애가 깊은 밤중에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 그는 집에서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공지에 가서 그 섬약한 두손으로 작은 구뎅이를 하나 팠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새하얀 목수건을 구뎅이 안에 넣고 파묻었다.



밤하늘의 달님도 흐느끼고 별들도 슬픔에 잠긴 것 같았다. 싸싸는 유백색 잠옷을 입고 작은 구뎅이 앞에 꿇어앉아 흙이 가득 게발린 두손을 앞가슴에 모으고 기도를 드렸다. 태양이 솟아오를 때 어머니도 화초마냥 돋아나기를 간절히 빌었다.


고독 속에서 싸싸는 조용히 자기의 념원이 실현되기를 갈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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