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내 가슴속에 뿌리박은 새싹들

글소리2018-08-07 09:30

라북현조선족학교 조복희


집에 화분을 키우면 나이든 표징이라 하더라. 실내화분에 대해 종래로 관심이 쏠리지 않았고 감상조차 하기 싫어하였던 내가 언제부턴가 집 곳곳에 화분을 갖춰놓기 시작하였다. 진짜로 나이 든 표징인가! 마음속으로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얼굴에 남겨진 세월의 흔적 앞에서 순순히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 그렇다. 이젠 푸른 꿈을 안고 교육사업에 종사한지도 5년만 더 지나면 강산이 세번 변할 광음이다.



요즘에는 화분 뿐만 아니라 마늘싹까지 키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말이다. 오늘아침에도 그릇에 물을 듬뿍 담아 갈증 난 화분마다에 물을 주면서 목을 촉촉이 추겨주었다. 매일매일 커가는 화분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어서어서 커라고 화이팅하는 것이 일과로 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커가는 마늘싹을 보고 사색에 잠기였다. 충족한 수분과 따사로운 해빛 아래에서 푸르싱싱 키돋움하면서 잘 자라는 마늘싹들이 우리 반의 꼬마들을 방불케 하지 않는가! 하나하나의 마늘쪽들이 ‘그릇’이라는 한개 집단 속에 뭉쳐있는 것이 똑 마치 우리 반의 성원인양 싶었다. 고개 숙여 돋아나는 새싹들을 정겹게 보노라니 수많은 ‘얼굴’들이 하나, 둘씩 나를 향해 또랑또랑한 눈빛을 건넨다.



아! 이거 누구야!


매번 학년별 배구시합 때마다 응원단을 조직하여 멋진 집체응원구호로 인기를 끌었던 홍화학생의 새물새물 웃는 얼굴이다. 홍화학생은 연변에서 전학해왔는데 학습성적이 돌출할 뿐만 아니라 품행이 단정하고 조직력도 강해서 나의 유력한 ‘조수’였다. 나어린 소학생이였지만 배구시합 때마다 동학들을 조직해서 “우리 선수 어떻니, 좋지!”, “잘한다, 잘한다, 우리 선수 잘한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등 교정을 울리는 기세찬 응원소리로 상대방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지.


진짜 그 꼬마의 나어린 담량과 조직력에 탄복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다시한번 내밀고 싶다. 이 응원구호는 우리 학교의 지정된 배구구호마냥 교원들의 배구시합에도 울려퍼지며 늘 효력을 내여 우리 라북현조선족학교 녀성교원배구는 전현 ‘5련관’이라는 자랑스런 성적을 거두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누구지, 해선학생의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이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쭉 나의 가르침을 받아온 그는 초중에 올라간 뒤 첫 교사절에 위챗으로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써서 ‘홍보’까지 보낸 행실에 보람을 느꼈고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홍보를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답장을 보냈었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마냥 따뜻해난다. 갓 1학년에 입학했을 때는 금방 돋아난 싹이라 돈도 셀 줄 몰랐던 귀여운 것들! 이제는 컸다고 1전도 벌지 못하는 소비자이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행실이 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해선학생은 6학년 때 전현 “10가미덕소년”평선에 뽑혀 무대에 올라 상까지 탔었지, 정말 멋지고 대단해!



이어서 자꾸자꾸 그립던 얼굴들이 나타난다. 2년전의 학기말시험 전 문득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기에 서둘러 밖으로 달려나가보니 안경을 건 한 소녀가 가슴에 꽃을 안고 서있지 않겠는가?


6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담임교원을 인차 알아보고 달려와서 나에게 꽃을 안겨주는 어엿한 대학생 그가 바로 리천월학생이였다. 리천윌학생은 결손자녀로서 소학교를 라북에서 마치고 할머니따라 장춘에 있는 이모네 집에 가서 공부하였는데 꾸준한 노력끝에 우수한 성적으로 북경사범대학에 입학하였다. 너무 갑작스레 들이닥친 행복이라 나는 한참이나 그를 부둥켜안고 학교생활로부터 앞으로의 지망까지 담론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리천월학생은 오늘과 같은 우수한 성적은 다 소학교 때 기초를 잘 닦은 덕분이라면서 나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였다. 물론 리천월학생의 성공은 자신의 노력과 갈라놓을 수 없지만 내가 키웠던 어린 싹들이 벌써 건실한 기둥감으로 성장하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긍지로 차넘쳤고 자호감으로 충만되였다. 나는 교원직업의 신성감을 다시한번 새삼스레 느끼게 되면서 교원의 실제행동으로 덕을 쌓고 인재를 배양해야겠다는 신념이 두번 다시 뇌리에 서게 되였다.



나는 고개들어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창턱 우에 놓인 싹을 다시한번 들여다보았다. 어느덧 반뽐이나 넘게 자란 싹들을 보다가 제일 끝에 자리잡아 싹이 제대로 트지 못한 마늘쪽을 발견하고 가운데로 살며시 밀어주었다. 어찌보면 반급에서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구석만 찾는 철이학생처럼 가냘파 보인다. 반급에는 우수생이 있는가 하면 후진생도 있기 마련이다.


교원이라면 대지에 빛뿌리는 태양마냥 매 학생에게 따사로운 사랑의 빛을 골고루 뿌려주어 집단의 따사로움을 만끽하면서 건실하게 자라나게 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남은 교육사업에서도 나는 마음속의 ‘새싹’들에게 비옥한 토지와 따스한 해볕을 마련해주어 어떤 폭풍우도 비바람도 두렵지 않도록 행복하고 견강하게 자라나서 나의 가슴속에 얼기설기 깊은 뿌리를 박게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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