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7살 꼬마의 편지

글소리2018-08-09 09:35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나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갔고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나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난 너무 절망했고 결국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를 만났다. 그는 7살 밖에 안되는 소녀였다.


“아저씨, 아저씨! 여긴 왜 왔어요?”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깐 저리 가서 놀아.”


“아저씨, 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요?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가 정말, 너 저리 가서 안 놀래!”


소녀는 나와 같은 301호 병실을 쓰고 있는 환자였다.


“아저씨, 근데 아저씨 화내지 말아. 여기 아픈 사람천지인데 아저씨만 아픈 거 아니잖아요. 그러지 말고 아저씨 나랑 친구해요.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됐다.”

“꼬마야, 아저씨 혼자 있게 좀 내버려둘래?”


“그래, 아저씨. 근데 언제라도 아저씨 기분 풀릴 때 말해. 난 정혜야. 오정혜! 그동안 친구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같은 병실 쓰는 사람이 고작 한다는 말이 귀찮다야?”


그러면서 소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음날이였다.


“아저씨, 그런데 아저씬 왜 이렇게 한숨만 푹푹 쉬는 거야?”


“정혜라고 했나? 너도 하루아침에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 해도 무섭지? 그래서 아저씬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숨을 크게 내쉬는 거란다.”


“근데 울 엄마가 그랬어요. 병이란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면 환자지만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환자가 아니라고. 그래서 나 절대로 날 환자라 생각 안해요. 그러니까 여기 있는 모두가 다 불쌍해보여. 정말 안쓰러워. 얼마전 그 침대 쓰던 언니가 하늘나라에 갔어. 엄마는 그 언니는 착한 아이라서 하늘에서 별이 된다고 했어. 별이 되여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들이 무섭지 않게 환하게 비춰준다고.”


“음, 그래. 넌 무슨 병이야?”


“음, 그건 비밀.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곧 나을 거라고 했어. 이제 한달 뒤면 더이상 병원 올 필요 없다고.”


“그래? 다행이구나.”


“아저씨, 그러니까 한달 뒤면 나 보고 싶어도 못 보니까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줘. 응, 아저씨?”


나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린 소녀의 한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마치 밝은 태양이 음지를 비추듯 말이다. 그후로 난 정혜와 단짝친구가 되였다.

“자, 정혜야! 주사 맞을 시간이다.”


“언니, 그 주사 30분만 있다가 맞으면 안돼? 나 지금 안 맞을래.”


“그럼 아저씨랑 놀지 못하지.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나아서 아저씨랑 놀게 아니니?”


“칫…”


간호사가 그렇게 달래면 정헤는 할 수 없이 주사를 맞군 했다.


어느새 정혜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였다. 정혜는 나의 눈이 되여 저녁마다 산책을 했고 7살 꼬마아이가 쓴다고 믿기에는 놀라운 어휘로 주위의 사람, 풍경 같은 것들을 얘기해주었다.


“아저씨, 김선생님이 어떻게 생겼는 줄 알아?”


“글쎄…”


“코는 완전 딸기코에다 입은 하마입, 그리고 눈은 족제비눈 같이 생겼다. 정말 도적놈 같이 생겼어. 나 첨 병원 오던 날 정말 그 선생님 보고 집에 가겠다고 막 울었어.”


“하하하…”


“아저씨, 왜 웃어?”


“아니, 그 김선생 생각하니까 그냥 웃음이 나오네. 목소리는 꼭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처럼 멋진 데 말이야.”


“크크크…”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음— 나 늘 아저씨랑 같이 놀고 파.”


“에이,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응.”


“그렇게 잘 생겼어?”


“음… 그러고보니까 아저씨 되게 못생겼다. 꼭 동화책에 나오는 괴물 같애.”


그러나 소녀와의 리별은 빨리 찾아왔다. 2주후, 나는 병원에서 퇴원했다. 소녀는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아저씨, 나 퇴원할 때 되면 꼭 와야 돼. 알겠지, 응? 약속!”


“그래 약속.”


우는 소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가늘고 작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두주일이 지난 어느날,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축하합니다. 각막 기증자가 생겼어요.”


“진… 진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일주일후 난 각막이식수술을 받고 3일후에는 드디여 꿈에서도 그리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였다. 난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측에 감사편지를 썼다. 그리고 기증자도 만나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러던중 난 그만 충격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기증자는 다름 아닌 정혜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바로 내가 퇴원하고 일주일 뒤가 정혜의 수술날이였다. 그는 백혈병 말기 환자였다. 난 그동안 그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정혜의 부모님이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많이 좋아했어요.”


“예…”


“애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


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정혜가… 자기가 저 세상에 가면 꼭 눈을 아저씨에게 주고 싶다고… 그리고 꼭 이 편지를 아저씨에게 전해달라고…”


또박또박 적은 7살짜리 꼬마의 글씨 우에 나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아저씨, 나 정혜야! 음, 이제 저기 수술실에 들어간다. 옛날에 옆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나라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늘나라로 가면 나 아저씨 눈 할게.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거야. 하늘 나라에 가면 아저씨 옆에 있을 수 없으니깐. 하지만 수술실 나오면 아저씨랑 같이 살래. 아저씨랑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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