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저 꽃길 끝까지

민족교육2018-08-24 10:10


“와! 저기 노란 개나리꽃 피였잖아!”


일요일 힐링차 교외로 나가는 차에 앉은 나는 봄해살 머금은 노랑꽃들을 보며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얼른 차 세워요! 꽃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요!”


당신은 꽃이라면 환장이야 환장, 꽃이 그렇게 이뻐요? 참!


“꽃이 안 이쁘면 세상에 이쁜게 뭐가 있어요!”


꽃들과 키스할 정도로 가깝게 비비고 포즈를 취했다.


꽃을 이뻐하고 좋아하는 이가 세상에 어디 나뿐일가! 또한 꽃을 좋아하는 리유는 단지 그의 아름다움 뿐만은 아니다. 


시인 도종환은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였나니…” 라며 꽃이 숨기고 있는 아픔을 슬며시 알려주기도 하였고,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였다" 며 꽃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소망했다.



꽃은 모두 피여나는 때가 있다. 벚꽃은 봄바람에 피고 할미꽃은 흔들리며 피며 진달래꽃은 비속에서 핀다. 일찍 피였다고 하여 거드름을 피우는 꽃은 없고 늦게 피였다고 하여 기죽는 꽃도 없다. 사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꽃들은 모두가 한수의 시, 한수의 노래, 한폭의 그림으로 피여난다.


“선생님, 초롱꽃이 피였어요! 


봉숭아꽃도 피였다구요! 이 분홍꽃 보세요!”


개학첫날 나처럼 꽃을 좋아하는 애가 교실 문턱의 화분에서 피여나는 꽃들을 보고 흥분하며 활짝 웃는다.


"네 얼굴도 꽃이네. 무슨 꽃이라 할가? 해바라기 꽃?"


"예, 맞아요. 환한 얼굴이 해바라기꽃 같네요!"


다른 애들이 덩달아 맞장구를 친다.


그래 너희들도 꽃이야! 내가 가장 아끼는 꽃이지!



도도하고 기가 세며 솔직한 희진이는 순결한 백합꽃이다. 빳빳하게 세운 꽃잎은 강인해보이지만 상처가 나기 쉽기에 더욱더 신경을 써야 한다. 비단 같은 꽃잎을 가지고 수줍음을 타지만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성격을 가진 은영이는 나팔꽃이다. 수수해보이는 그 애는 과문 읽는 소리가 마치 명랑한 나팔소리 같다. 몇날 몇일 애태우며 철모르게 발그레한 진분홍꽃을 피운 진달래는 지혜를 닮았다. 화사하고 흐트러져보여도 엷은 꽃잎이 꽃술을 옴폭 싸고 있는게 탐스럽고 야무지다. 그리고 쩍하면 멍 때리고 먼산을 바라보는 지영이에게는 시계꽃이 되여달라고 하고 싶다. 쉬려고 할 때마다 살며시 밀어주는 분침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시침처럼 말이다. 방울처럼 큰 눈을 가지고 강인한척 하는 상균이는 군자란이 어울릴 것 같다. 한잎한잎 차곡차곡 감싸진 잎속에서 오랜 시간만에야 빠알간 꽃술을 내보이는 듬직함을 소유하였다. 그런데 팡팡 사고를 치고다니는 춘광이한테 어울리는 꽃이 있을지 너무 고민이다. 그럼 그렇지! 그앤 드높은 하늘에서 함성을 지르며 피여나는 불꽃이 아닐까! 혼신으로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려는 불꽃이 설치지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그애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꽃이다.



이렇게 보니 내가 꽃속에서 살고 꽃길을 걷는 셈이다. 자연과 어울려 꽃처럼 예쁜 아이들 속에서 지쳐가는 줄 모르며 함께 노래 부르고 함께 웃으며 함께 글을 쓰던 나날이 정정 이십여년이 되였다.


꽃다운 나이에 교원직업을 선택해서 다른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고 사소한 고민에 지치기도 하고 삶에 무뎌지기도 하였지만, 여기까지 걸어오며 주위에 꽃밭이 펼쳐짐이 보였던 것은 아이들의 밝은 얼굴, 천진한 한마디, 사소한 성적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흔들림은 바람의 흔들림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동의 흔들림으로 남게 되였다. 애들의 기쁨에 알록달록한 고무풍선이 마음에서 떠오르고 그들의 성적에 내 머리 우엔 무지개 다리가 그려지고 꼬마들의 지저귐소리에 온통 코스모스길이 펼쳐진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겠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나눴던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사진 속에 담아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는 내품을 떠나 하늘을 날아옐거라고 생각하면 벅찬 가슴과 더불어 눈시울이 뜨거워난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다.” 라고 한 도종환의 〈스승의 기도〉가 나의 지침이 되지 않을가 싶다. 아이들과 같이 했던 순간들을 행복했던 날들을 가슴 저리게 느끼련다.


“선생님, 쪼무레기들을 데리고 어디로 갑니가?”


“뒤뜰에 사과나무꽃 보러 갑니다. ”


꽃처럼 젊은 유치원 선생님이 앞장서고 그뒤로 콩닥콩닥 유치원 어린이들이 따라간다. 나도 뒤를 따랐다. 아이들의 순진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종달새가 노래하고 아이들이 들꽃처럼 피여나는 꽃길을 걸어갔다.


/리연춘(치치할시조선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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