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있을 때 잘해

민족교육2018-08-28 09:47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오늘 따라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노래다. 교육사업에 몸을 담근지 10년이 되여갈 때다. 그 때 한창 '하해'바람과 더불어 외국나들이가 불어칠 때여서 내 형제며 친척들이며 동료들이 너도나도 연해지역과 외국나들이를 했다. 친구들도 외국으로 드나들더니 어느새 고급승용차며 아빠트를 샀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했거늘 나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쥐꼬리만한 로임에 얽매이며 살다간 평생 엉덩이 들이밀 집 한채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엔 나도 큰 결심을 내렸다. 이미 몇년전에 오빠와 동생네 부부가 한국에 갔던지라 나만 혼자 중국에 있어 나만 믿고 사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 수 없었다. 한국? 미국? 일본? 나는 여기저기 뛰여다니며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언어가 통하는 한국을 선택하고 먼저 려권부터 만들었다. 이제 모든 수속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나는 어쩔 수없이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내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눈굽부터 찍으신다. 무릎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나도 눈물이 났다. 그래도 어머니께 딱 3년만 벌고 오겠으니 그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자식이 어릴 때 한국에 가서 떼돈을 벌어와 나도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입고 잘 살아보아야겠다며 재삼 말씀드렸다.



그 이튿날 우리 집에 어머니가 불쑥 찾아오셨다. 너무나 깜짝 놀란 나는 두 발이 땅에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못박은 채 서있었다.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는 집에서도 겨우 기여다니다 싶이 움직이신다. 보통사람이면 20분이 족할 거리를 어머니는 장장 2시간을 걸어 우리 집에 오셨다. 나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우리 모녀는 붙안고 울고 또 울었다. 어머니는 내가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기라도 하듯 한국에 가는걸 끔찍이도 싫어하셨다.


"넌 아이들을 이뻐해서 교원을 하는게 딱이다. 그래도 한국에 가겠으면 내가 죽은 다음에 가거라."


간곡히 만류하는 어머니 때문에 나는 한국행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를 극구 붙들어두시던 어머니는 그후 3년도 못 버티고 끝내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지만 나는 더는 한국으로 갈 수가 없었다. 한국이 싫은 것이 아니라 내가 교원직업을 그만두는 것을 어머니가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때 한국의 꿈을 접은게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내 적성에 꼭 맞는 교원직업을 버리지 못하게 한 어머니가 너무나도 고맙다. 늘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인생의 전부가 돈이 아니라며 다독여주고 일깨워주던 어머니이셨다. 한국으로 가지 않고 어머니 생전에 곁에 있어드려 조금이나마 효도한 나여서 가슴 저미도록 뼈아픈 후회는 없다. 교원이라는 신성한 직업을 포기하지 않게 바로 잡아주신 어머니가  눈물겹도록 고맙다.


지금도 가끔 담임으로서 너무 힘들거나 안타까울 때면 아버지에게 불만을 터놓으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그 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사람은 바삐 살아야 한다. 여직 일을 많이 해서 죽었다는 말은 못들었다. 사람이 할 일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으니? 너를 필요로하는 곳이 있다는게 또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아마 모를거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힘과 젊음과 능력이 있을 때 사업을 잘하란 말이다. 그게 바로 사람이 사는 보람이고 행복이지."


할일이 있다는게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삶의 보람이라며 70을 훨씬 넘긴 지금에도 좀처럼 앉아있지를 않는 아버지이시다. 로년에 할 일이라는게 넝마주이 이거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매일 새벽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온 거리를 주름잡으며 깡통이며 페지들을 모으는 아버지이시다. 우리 자식들은 부끄럽다고 강력히 반대하였지만 "늙은이들이 줏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줏겠냐? 이것도 자원을 아끼는 일이니 사회에 도움이 되는거란다. 너희들이 좀 리해를 하거라."



"내가 이나마 힘이 있어 일을 할수 있는데 얼마나 행복하냐? 노는게 그야말로 지옥이다. 깡통 하나 생수병 하나 주을 때마다 보석을 줏는 마음이다. 그러니 좀 봐주거라."


우리가 말하는 쓰레기를 보석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뭘 더 말하랴.


돈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페지 주은 돈으로 매달 손자 손녀들에게 용돈을 줄 때면 행복하다는 아버지이시다.


"있을 때 잘해.후회하지 말고…"



애들과 학부모들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 아버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근심과 걱정들이 가뭇없이 사라지고 욱신욱신하던 몸에도 불끈블끈 새힘이 솟아나군 한다. 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백과사전이고 언제든지 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든든한 전원이며 읽어도 읽어도 다 읽어내지 못하는 두터운 책인 것 같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일할수 있을 때 잘하자, 후회하지 말고 …"


귀맛 좋게 들리는 노래에 맞춰 내멋대로 개사를 하며 흥얼거려 본다.


/김춘녀(연길시 건공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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