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돈잎의 향기

글소리2018-08-31 09:58

개학 첫날, 한창 학급애들한테 새 교과서를 나눠주고 있는데 문득 재무실의 양선생이 교실 밖에서 나를 불렀다. 그녀는 내가 교실문을 나서기 바쁘게 잡아끌면서 부산을 떨었다.


“선생님네 학급의 소우 어머니 말인데요. 정말 한심해요. 글쎄 학비에 가짜돈을 끼워넣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손과장이 선생님을 불러오래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이 꿈틀해났다.


‘어찌 가짜돈으로 학비를 낸단 말인가! 사태가 어떻게 번져질지 모르지도 않을텐데.’


조소우네 가정형편이 무척 어려웠다. 지난해 정리실업을 당한 아버지는 거리에서 삼륜차를 몰고 어머니는 난전에서 싸구려 신을 팔면서 겨우 집살림을 지탱해가고 있었다. 가짜돈이라면 아마 소우의 어머니가 잘못 받은 것일 텐데 어쩌면 가짜돈인지 모를 수도 있는 일이였다. 나는 담임교원인만큼 학부모의 존엄을 지켜줘야 할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재무실에 들어서니 소우의 어머니와 손과장이 한창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조소우의 어머니가 바친 학비를 양선생이 받아서 서랍 속에 넣고 령수증까지 떼주었다고 한다. 그때 손과장이 은행에 돈을 저금하러 가겠다기에 양선생이 서랍 속의 돈을 꺼내 세여서 손과장한테 넘겨주었고 손과장이 또 한번 다시 세게 되였다. 그런데 몇장 세지 않아서 백원짜리 가짜돈 한장이 나왔다. 조소우의 어머니가 제일 마지막으로 학비를 냈기에 그 돈이 맨우에 있었던 만큼 손과장은 그 가짜돈이 틀림없이 조소우 어머니거라고 찍고 있었던 것이다.


사연을 듣고나서 나는 양선생한테 언짢은 생각이 들었다. 학비를 받을 때 발견한 것도 아니고 돈을 받아서 서랍에까지 넣었었다면서 어떻게 그 가짜돈이 무작정 소우 어머니가 낸 것이라고 밀어붙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동료들 사이가 버성길가봐 꾹 참고 소우의 어머니한테 물었다.


“소우 어머니, 조급해마시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이 돈이 정말 소우 어머니가 낸 건가요?”


소우의 어머니는 억울한듯 반창고를 이리저리 붙인 장알투성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로선생님, 선생님도 알겠지만 우린 정말 힘겹게 돈을 벌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 가짜돈을 받을가봐 한장한장 정말 유심히 눈박아보군 해요. 하늘에 대고 맹세하지만 이건 절대 내가 낸 돈이 아니예요.”


손과장은 얼굴에 랭소를 지었다.


“그런 맹세를 뭘로 믿는단 말입니까? 계속 이렇게 발뺌을 하려고 하면 조소우를 부르겠어요.”


“안돼요, 애만은 절대 부르지 말아요.”


손과장의 기염에 나도 어지간히 화가 동했다.


“이건 소우 어머니 일인데 애는 왜 불러요. 더구나 아직 이 가짜돈이 누구 것인지 확실치도 않잖아요?”


소우의 어머니는 감격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제발 소우를 부르지 마세요. 애를 불러선 안돼요. 차라리 이 돈은 내가 안고 말게요.”


소우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면서 괴춤을 한참이나 뒤지더니 헝겊주머니를 들춰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참에 재무실문이 열리면서 소우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간 기다리세요, 엄마!”



소우는 학급애들한테서 어머니가 손과장과 다투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오는 길이였다. 그는 책상 우에 놓여있는 가짜돈을 코에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더니 딱 잘라 말했다.


“이건 우리 엄마 돈이 절대 아니예요.”


“학생이 그걸 어떻게 단정할 수가 있소? 마구잡이로 어머니 편만 드는 게 아니요?”


손과장의 말에 소우는 야무지게 또박또박 대꾸했다.


“절대 우리 엄마 돈이 아니예요. 우리 엄마 돈은 제가 냄새를 맡아보고 얼마든지 가려낼 수가 있어요.”


“뭐? 냄새?”


손과장은 한심하다는듯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허구프게 웃었다.


“이 학생이 냄새만 맡고도 자기 어머니 돈인지 남의 돈인지 가려낼 수가 있다는구만. 정말 웃기지 않소?”


그러자 조소우가 애써 마음을 눅잦히면서 나한테 간청했다.


“담임선생님, 제가 우리 엄마 돈을 냄새를 맡아보고 가려내는가 보여주도록 도와주세요. 될 수 있죠?”


내가 머리를 끄덕이자 조소우는 또 손과장과 양선생한테 말을 했다.


“선생님들도 저의 판단을 지켜봐주세요. 우리 엄마 돈주머니는 아직 열지 않았기에 저는 그 속에 돈이 얼마 들어있는지 몰라요. 그리고 얼마짜리 돈이 몇장 들어있는지는 더구나 몰라요. 선생님들께서 이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의 번호를 적어놓은 후 다른 돈과 섞어놓으세요. 제가 냄새를 맡고 그 속에서 우리 엄마 돈을 가려낼게요.”


그 말에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가고 속으로 저으기 근심되였다. 그러나 조소우 어머니의 결백을 증명하자면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조소우 어머니의 돈주머니에는 돈액수가 많지 않았지만 거개가 잔돈이다보니 장수는 퍼그나 되였다. 나는 손과장과 양선생과 함께 소우 어머니의 돈번호를 적어놓은 후 재무과의 돈과 한데 섞어놓았다. 그러는 동안 조소우는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채 창문쪽에 돌아서서 긴장된 마음을 눅잦히고 있었다.


이윽고 우리는 돈을 조소우의 앞에 가져다놓았다. 돈냄새를 맡기에 앞서 조소우가 한마디 했다.


“전 손으로 돈을 만지지 않겠어요. 혹시 내가 작간을 부린다고 할 수도 있으니깐요. 손과장선생님께서 돈을 저의 코앞에 대주세요. 그러다가 제가 우리 엄마 돈이 옳다고 하면 담임선생님께 드리고 아니라고 하면 양선생님께 드리세요.”


손과장은 조소우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돈을 한장씩 조소우의 코앞에 대주었다. 조소우는 냄새를 맡으면서 어머니 돈을 척척 가려내였는데 거침없었다. 얼마 안되여 한무더기 돈이 두몫으로 갈라졌다. 조소우가 가려낸 돈을 미리 적어놓은 돈번호와 맞춰본 우리는 놀란 나머지 저마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조소우가 한장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자기 어머니돈을 용하게 가려냈던 것이다. 곁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사무실이 떠나갈듯 박수를 쳤다.



너무도 뜻밖의 결과에 할 말을 잃은 손과장은 이윽해서야 미안한 기색을 띠우며 입을 열었다.


“소우학생, 어쩌면 이렇게 정확히 가려낼 수 있었소? 어머니 돈은 어떤 냄새가 나오?”


조소우는 돈을 차곡차곡 챙겨서 어머니한테 드리면서 대답했다.


“우리 엄만 늘 밖에서 비바람을 맞으면서 장사를 하다보니 풍습병이 심해요. 그래도 엄만 돈이 아까워서 병원에 가시지 않고 그저 눅거리 파스를 사서 붙일 뿐이랍니다. 엄마이 다리와 무릎, 허리에는 파스가 붙여져있어서 그 냄새가 엄마 몸에 배여있어요. 그렇게 고생하면서 번 돈이기에 엄마는 혹시 잃어버리기라도 할가봐 돈을 옷속에 깊이 간직하고 다녀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 엄마 돈에서는 파스냄새가 난답니다…”


조소우의 눈에서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소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엄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얘야, 엄마가 너한테 미안하구나. 미안해…”


“아니예요, 엄마. 저는 훌륭한 엄마가 있기에 늘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손과장도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그는 조소우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소우어머니,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조소우가 냄새를 맡고 어머니 돈을 가려낸 이야기는 한입두입 건너 널리 알려졌다. 이튿날, 재무실 문틈으로 누군가 편지 한통을 밀어넣었다. 그것은 가짜돈을 낸 참회편지였는데 거기에는 백원짜리 새 돈 한장이 동봉되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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