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작문] 메주에게 감사를 드린다

학생작문2018-09-19 09:26

수험생


이번 겨울방학에도 어김없이 고향의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겨울이면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조롱조롱 귀엽게 앉아 나를 반겨주는 것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메주들이다.


메주, 어릴 때에는 냄새가 싫다고 그렇게 미워하던 메주였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장의 맛도 알아가면서 나는 메주에 대한 감회가 새로워져갔다. 어릴적 긴긴 방학 동안 할머니댁에 있으면서 메주콩을 삶는 것부터 메주가 빚어지고 띄워지고 부서지는 과정들을 참 인상깊게 보아왔었다. 아직도 그 메주냄새는 내 코끝에서 맴돌고 변질하듯 변해가던 메주의 모양들이 눈앞에 선하다.



할머니는 아궁이에 불을 푸짐히 피워놓으시고 메주콩을 한솥 가득 삶으셨다. 그 많은 메주콩을 골고루 익히느라 할머니는 자주자주 적셔주고 번져주고 가마목을 떠날 새가 없다. 이마에는 메주콩알 만큼이나 큼직한 땀방울들이 맺혀있고 주름이 깊이 잡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메주콩이 다 익혀지면 그것을 꺼내서 갈기 시작한다. 가장 재밋고 힘들었던 게 매돌에 메주콩을 갈던 것이였다. 무거운 매돌을 팔을 엇바꿔가며 갈던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는 함께 콩을 갈면서 여위고 주름잡힌 할머니의 손에서 결코 연약하지 않은 힘을 느꼈고 나는 그것이 곧 자식들을 위하는 할머니의 마음이요, 남은 생에 생기를 부여하는 늙으신 할머님의 굳세고 아름다운 신념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힘든 작업을 거쳐 메주콩이 다 갈아지면 그것으로 메주를 빚는다. 크기도 고르게, 짝수도 맞춰가면서 빚어야 자식들의 가정이 행복하다며 할머니는 열심히도 빚으셨다. 다 빚어진 메주가 가마목에 줄지어 늘어지면 이제 메주가 겪어야 할 시련의 시작이 온 것이다. 메주들은 말라간다. 곱고 반듯하던 얼굴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다. 금방 시집온 색시들이 늙어가듯… 말라가는 힘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겉은 거칠어지고 주름들은 깊게 패여 갈라진다.


수많은 주름과 상처들이 늘어가고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메주, 점차 제모양을 잃어가며 색갈마저 변해가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고 서러우랴만은 메주는 말이 없다. 다만 메주라는 사명으로, 오직 식구들을 위하는 삶으로 메주는 모진 인고를 감내한다. 자신을 잃어가는 한편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동안 메주는 행복을 느낀다. 속을 썩여서 맛을 내는 메주, 그 누가 메주냄새가 역겹다고 하더냐, 그것은 모진 세월의 내음이요, 식구들을 위해 감내한 고통과 상처가 어우러져 발산하는 이 세상 최고의 향기이리라,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 할머님들과 어머님들의 아름다운 본연의 향기가 아닐가?


집일과 로고 속에 곱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고 손등이 거칠어지나 행복의 미소가 아름다운 우리 민족 녀성들, 그들의 삶은 곧 메주의 삶이다. 우리 민족 어머니들을 닮은 메주, 나는 메주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평어]

완벽함에 가까운 한편의 아름다운 문화작문이다. 우선 메주라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을 틀어쥐고 메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발효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일목료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작자의 남다른 관찰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언어가 아름다우며 묘사가 핍진하다. 하기에 메주가 만들어진 모양이나 변화된 모양을 눈앞에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글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리의 민족음식과 우리 민족의 녀성들을 련계시켜 분석한 것이다. 마지막 두개의 자연단락은 그 분석이 심도있고 주제발굴이 깊이가 있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과 더불어 강한 미적향수를 느끼게 한다. 만점작문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훌륭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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