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아침출근길

민족교육2018-10-08 10:26

밀산시조선족소학교 고련옥 

 

만약 누군가 나에게 하루 일과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아침 출근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은 아침 출근길은 로동과 창조의 새로운 시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교직생활 28년간 나는 수많은 아침 출근길을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희열과 격정으로 맞아왔었다. 그중 잊을 없었던 것은 2012 2 15 아침 출근길이다. 그것은 암절제수술과 거듭되는 항암치료를 끝낸 내가 열달 만에 다시 밟게 되는 환생의 출근길이였기 때문이리라! 반년 남짓한 암과의 전쟁을 한단락 결속짓고 또다시 새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교단에 오를 생각을 하니 공연한 설레임에 밤잠을 설쳤다. 신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영양식단으로 조반을 마친 나는 오랜만에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가발을 머리에 썼다. 그리고 간밤에 다려놓은 옷들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출근길에 올랐다. 이른봄의 싸늘한 기운이 다시 출근길에 나선 격정으로 들끓는 나의 머리를 식힐 심사인 싸늘하게 옷깃을 파고들었다. 맑고 푸른 하늘가에서 찬란한 아침 해살이 가발을 머리 우로 눈부시게 쏟아져내린다.


아니, 벌써 출근하세요? 몸도 회복되지 않았겠는데 몇달 쉬질 않고?…”이웃에 살고 계시는 초중 담임선생님이신 김선생님의 관심 어린 말씀이다., 덕분에 많이 춰섰습니다. 쉬다가는 머리에 녹이 같아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있어야죠? 교원에게 있어서 학생들 만큼 좋은 약은 없는 같아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습니다.이런 대답을 올리며 나는 환자답지 않은 힘찬 발걸음으로 또박또박 걸어갔다. 저만치에서 밀산시조선족중학교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빛찬란한 간판이 해빛 속에서 반짝이며 나를 향해 정답게 손을 흔든다. 오늘 따라 나의 일터가 더없이 자랑스럽고 정답게 느껴졌다. 또한 나에게 생명의 가치를 부여해주는 간판이 류달리 눈부시게 빛나며 나를 더없는 긍지감에 넘치게 하였고 마음에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선생님, 선생님, 고선생님 맞으세요? 그새 너무 보구 싶었습니다.귀가에 울리는 또랑또랑한 말소리에 나는 깊은 사색에서 깨여났다. 돌아보니 언제봐도 열정적인 금연이가 두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사제간이 쌓이고 쌓였던 회포를 나누며 걷는 출근길은 반가움과 행복으로 봄날의 경치에 어울리는 정다운 화면으로 간직되였다.

뒤로 나는 매일 아침출근길을 하루중 가장 아름다운 시작으로 맞이하였으며 교사생애의 성스러운 의식으로 간직하여왔다.


남다른 의력과 집념으로 병마를 이겨내고 교단에 다시 오른 조직의 부름을 받고 그토록 열애하던 고급중학교의 일터를 떠나 소학교로 전근된 지도 어언 2년에 가깝다. 소학교원의 출근길은 옛날 고중 출근길과는 조금 달랐다. 중학교원의 출근길은 풋셈이 들기 시작한 아이들과의 가벼운 대화로 열어간다면 소학교원의 출근길은 아침태양처럼 생기발랄하고 새싹처럼 야들야들한 천진란만한 어린애들과의 동행이였다. 유치원과 소학교가 병설되여있는 일터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선사하였으며 이로부터 나의 출근길에는 또다른 풍경들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유치원생들을 배웅하는 학부모님들의 손에서 오른손에는 철이를, 왼손에는 순이를 인계받고 푸른등을 건느는 로교사의 아침 출근길은 싸늘한 꽃샘추위도 아랑곳없이 파아란 봄싹을 잉태하는 꿈과 희망으로 마냥 가볍다.

사랑의 단비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주고 민족의 새일대를 육성하는 원예사 아침 출근길, 그것은 정녕 영원히 마르지 않는 행복의 일터를 향한 희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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