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새끼쭈꾸미들의 소망

민족교육2018-11-07 09:13



할빈시숭산중학교 리명화



호텔의 긴 복도 붉은 주단 우로 십개월 됐음직한 인형같은 귀여운 서양 아기가 엉금엉금 기여가고 있었다.


그 앞에 그 아기의 부모인듯한 피부가 하얗고 머리카락이 노란 젊은 외국인 부부가 커플 캐리어를 끌고 웃음꽃을 피우면서 걷고 있었는데 어찌보면 아기의 존재는 잊은듯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신 나있었다.


아기가 너무 귀엽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한참을 그 풍경에 홀린듯 서있었다.


손님들도 놀라운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귀여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늘쩡늘쩡 기여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천사 같은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는 양이 퍼그나 인상적이였다.


늘쩡늘쩡 기여가던 아기가 홀연 재빨리 손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방긋거리며 웃던 아기는 조바심으로 금방 울어버릴 것 같았다. 살펴보니 앞에서 가던 부부가 복도굽이를 돌아서 아기의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였다.


일본 도꾜 부근 온천으로 놀러 갔을 때 묵었던 나스호텔(那须宾馆)에서 목격한 일이다.



사오년 전에 목격한 일이지만 지금도 가끔씩 떠오르는 걸 보면 내 심령속에서 꽤나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것 같다.


그 외국인 부부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제 겨우 기여다니는 아이를 혼자 기여가게 했을가?


그 때 강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의 자식 교육이 바로 이런 자립의식을 키워주는 면에서 서양사람들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가? 물론 그 때 가진 생각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수시로 자식 교육과 학생들 교육에서 그 일을 떠올리면서 나의 교육방법이 옳은가를 저울질해보게 한다.


물론 집집이 자식 하나 낳아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키우는 세월이라 무엇인들 해주고 싶지 않겠냐만은 그래도 자식에 대한 요즘 학부모들의 사랑은 도를 넘지 않았나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을 데리고 대청소를 하다보면 부아통이 터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초중생들인데 그렇게 간단한 청소도 할 줄 모르는 애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밀걸레로 바닥을 닦으라면 교실바닥을 질벅하게 만들어놓아 자칫 미끄러워 넘어지게 하고 창문유리를 닦으라면 창문쪽 하나를 붙들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있고 비자루로 교실바닥을 쓸면 교실안을 먼지투성이로 만들고…


어느 한번 상급부문에서 시찰온다고 하여 이틀 오후시간을 들여 분담구역청소를 하였는데 겨우 절반가량 밖에 완성하지 못하였다. 하여 사흗날 오후 로동을 더 할 수 밖에 없었다. 반날 로동을 더 한다는 말에 애들은 한숨을 풀풀 내쉬며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짜증이 났지만 로동을 사랑하는 품성을 양성하고 청소를 깨끗이 하는 습관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 점심이 되자 학부모들이 줄레줄레 학교로 찾아오는 것이 눈에 띄였다. 부르지도 않은 학부모들이 들이닥치자 혹시나 무엇이 잘못되였나해서 마음을 조이며 영문을 알아보았더니 글쎄 애들 대신 청소하러 왔다는 것이였다. 집에서 양말 한짝 빨아본 적 없는 애들이 이틀 오후나 일하여 스테레스 받는게 불쌍해서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어 자진해서 왔다면서 일을 시켜달란다.



참 웃지도 울지도 못할 노릇이였다. 학교에서 하는 청소마저 대신 해주려고 하는 부모들이니 애들의 자립능력을 운운해 무엇하겠는가? 이러한 애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년로한 부모들의 얼마 안되는 저축을 얄금얄금 녹여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전반 추세가 이러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조선족 상황을 보면 문제가 자못 엄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중3학년에 다니고 있는 딸의 학부모회에 참가할 때마다 학습성적이 괜찮은 딸애가 어느 과외학원에 보내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여간만 난처하지 않다. 학원에 안 보낸다고 하면 믿을 수 없다는 눈길이고 그렇다고 다니지도 않는 학원에 보낸다고도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지어 집에서 손군들을 맡아 봐주고 있는 로인들은 매달리다 싶이 하며 학원을 소개해달라고 사정한다. 한국에 있는 자식들이 학원비가 얼마나 비싸든 관계없이 좋은 과외선생만 찾으면 된다고 한다면서 말이다. 아마도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은 모두 좋은 학원에 다녀 성적이 높은 줄로 아는 모양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리 좋은 과외선생을 찾는다해도 성적이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할머니들에게 설명을 해봐야 리해나 하실려는지? 괜히 자기 자식만 명문대학에 보내려고 좋은 학원을 소개해주지 않는다는 오해를 사지는 않겠는지?



어릴 때부터 부모 사랑도 받지 못하고 큰다면서 무거운 책가방을 받아메고 힘겹게 학교로 오가시는 로인들, 힘들게 정성들여 만든 음식도 맛없다고 타발하는 손군들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할머니들, 앓는 손군을 데리고 손마선질을 하며 병원에 다니는 로인들… 반수 이상이 조부모 슬하에서 크고 있는 우리 조선족 학생들의 현황에 말못할 아픔을 느꼈다.


물론 조부모들이라고 애들을 다 잘못 키운다는 말은 아니다.  예로부터 자기 자식보다 손군들이 더 이쁘다는 말이 있다. 게다가 부모 사랑도 받지 못하고 크는 손군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안쓰러울 것인가?


하다보니 손군들의 요구는 다 만족시켜주려고 하고 집에서 청소, 빨래 같은 건 물론 잔심부름마저 시키지 않으며 쥐면 부서질가 놓으면 날아갈가 하며 애지중지 키운다. 일상 생활에서부터 자기절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면서 거기서 방법을 배워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도맡아 해주는 환경에서 근심걱정 없이 자라는 애들이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제대로 배워낼 수 있을가? “친구따라 서울간다”고 남들이 과외를 한다면 맹목적으로 무조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학원과 선생님에게 의거하는 학생들이 성적 제고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학습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대부분이 자립능력이 강하다.



그래도 고중3학년 후학기에 학부모회의에 가보니 변화된 것이 있다면 할머니들 대신 젊은 엄마들의 얼굴이 드문드문 보여서 안도의 숨이 나왔다. 사실 애들의 학습습관이나 방법은 어려서부터 형성된다. 그런데 겨우 고중 3학년 일년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가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물론 생계를 위해서 이국타향에서 애면글면 하다가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라도 와서 어려서부터 주지 못한 사랑을 보상해주려는 부모들의 마음은 충분히 리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만약 애들을 돌보려 잠시 귀국한다면 고중단계가 아닌 좋은 습관을 양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소학교 그리고 세계관이 형성되는 사춘기 단계에 들어와서 자식들을 지켜주며 책장정리, 옷장정리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부터 시작하여 과외선생에게 의거하여 소극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자기절로 공부를 할 줄 아는 학습방법 등 좋은 습관을 확고하게 양성시키면 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자립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가?


갑자기 어느 책에서 본 쭈꾸미가 생각난다. 엄마쭈꾸미는 산란기에 몸에서 나온 타액과 이끼를 섞어 긴 줄을 만들고 그 우에 알을 붙혀 새끼가 부화될 때까지 30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킨다고 한다. 영양분이 부족하면 자신의 다리를 잘라서 먹지만 새끼들이 태여날 때 쯤이면 기력을 다해서 죽는다고 한다.


새끼쭈꾸미들은 엄마쭈꾸미의 헌신적인 사랑에 가슴 아파 할가? 오히려 태여나는 것만 보고 바보처럼 자기네 곁을 떠났다고 원망하진 않을가? 아마 새끼쭈꾸미들도 어미쭈꾸미의 눈먼 모성애가 아닌 자립자강에로 이끌어주는 그런 손길을 바랐던 것은 아닐가?


푸르른 하늘에 띄운 새끼쭈꾸미들의 소망이 푸르게 익어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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