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20년전 아버지의 부탁

글소리2019-02-22 09:24

날이 희붐히 밝아오자 아버지는 땔나무를 등에 지고 나와 함께 길에 나섰다. 그 시절 내가 시가지에 있는 초중에 진학하자 아버지의 부담은 더 과중해졌다. 나의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는 엄동설한에도 산에 가서 땔나무를 해서 팔아야 했다. 주말이 되면 나도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를 도와 나무를 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면 20리나 되는 산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군 하였다.



당시 수학에 남다른 흥취가 있었던 나는 올림픽수학경연에 참가하려고 했다. 그런데 경연에 참가하려면 5원이라는 시험비용을 자체로 해결해야 했다. 하여 아버지는 전날밤에 한시도 쉬지 못하면서 땔나무를 지고 나와 함께 시가지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요즘은 돈벌기도 여간 쉽지 않구나…”


아버지는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살을 에이는듯한 찬바람을 헤쳐나가는 아버지의 뒤모습은 그토록 쓸쓸하고 처량해보였다. 시가지에 도착한 아버지는 한집한집 문을 두드리며 땔나무를 사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한참동안 거리를 헤매서야 아버지는 땔나무를 살 사람을 찾았다. 나무를 넘겨주고 그 사람손에서 10전짜리, 20전짜리 돈을 한뭉치 받아 헤여보던 아버지는 인차 그 사람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저, 이 나무는 5원어치입니다.”


“아니, 어제까지도 4원이였단 말이요.”


그 사람은 아버지를 힐끗 흘겨보며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조심스레 말했다.


“이 나무를 보시오. 다른 사람의 것보다 더 많지 않습니까?”


“흥, 그건 내가 상관할바가 아니요.누가 나무를 이렇게 많이 하라고 했소?”


그 사람은 팔짱을 낀채 먼산을 쳐다보더니 나무를 지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나중에 아버지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다시한번 사정했다.


“오늘 눈도 내렸으니 땔나무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1원만 더 보태면 안되겠습니까?”


나는 문틈으로 그 사람이 바지주머니에서 5원짜리 지페 한장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버지의 손에서 잔돈 한뭉치(4원)를 홱 나꿔채더니 문틈으로 5원짜리 지페를 내던지며 차겁게 말했다.


“가져가! 5원이야.”


지페는 바람에 날려 아버지 발밑에 떨어졌다. 아버지는 못박힌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어깨가 부르르 떨리고 숨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감촉할 수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돈을 주으려 하자 아버지는 갑자기 나를 붙잡더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더니 5원짜리 지페를 손에 쥐였다.



돈을 주을 때 아버지의 머리는 거의 땅에 닿을번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한마디 하고는 내 손을 잡고 묵묵히 돌아섰다.


“공부를 잘하거라. 다른 출로는 없다. 시내에서 살자면 공부를 잘하는 길 밖에 없다.”


무겁게 입을 연 아버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기어이 나를 학교까지 바래주겠다고 했다.


“아버지, 난 원래 이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경연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장차 북경에 있는 좋은 대학에도 추천받을 수 있다고 말씀했어요.”


학교에 거의 도착할 때에야 나는 울먹거리며 속심말을 했다. 아버지는 투박한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나도 어렸을 때는 대학에 가고 싶었단다. 이 애비의 념원을 네가 대신 실현해주려무나.”


교문 앞에 당도하자 아버지는 품속에서 5원짜리 지페를 꺼내 내 책가방속에 조심스레 넣어주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아버지는 책가방을 여러번 꾹꾹 주물러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힘주어 말했다.


“얘야, 이 애비가 하는 말을 명심하거라. 장차 네가 많은 돈을 번 후 나처럼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절대 그 사람을 너의 앞에서 허리를 굽히게 하지 말아라.”


댓글 쓰기
0 /255
게시
사용자 평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