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봄날의 사색

민족교육2019-03-13 09:20

가목사시조선족중학교 서홍매



봄이다. 산지사방에서 봄을 맞는 사람들이 그 기쁨을 다종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위챗에 봄꽃을 찍어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로 산으로 등산을 가는 사람들도 있고 봄시를 짓는다든가 돋아나는 새싹을 사진 찍어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봄을 즐기는 사람들의 방식이 다양도 하다.


우리의 교정에도 봄기운이 흐르고 있다.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운동장 주변의 앙상하던 나무들도 통통 물기를 머금는듯하다. 겨우내 추위에 떨던 우리도 동면에서 깨여난 동물들마냥 네 활개를 펴며 학생들 업간체조시간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간다. 머지않아 운동장도 파릇파릇해지고 운동장에는 새싹을 발견한 아이들의 호들갑스런 환호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요고 크다, 요거 파랗다, 요기 또 있다, 먹음직하다.” 하면서 마치도 보물을 발견한듯, 마치도 잘 생긴 멋진 남자애라도 만난듯, 마치도 신대륙이라도 발견한듯, 노다지판에라도 들어선듯 그 기쁨은 피여나는 봄과 함께 웃음꽃으로 피여날 것이다. 곧 다가올 그런 봄날을 그려보던 찰나, 부지중 나는 지난날 교원으로서 부끄러웠던 한 이야기속에 잠긴다.



어느 한차례의 기중시험이다. 나는 시험관의 위풍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시험장 교단에 섰다. 학생들을 둘러보니 눈빛에는 긴장감과 피로감이 엉켜져있었고 또 어떤 갈망의 그윽한 눈빛도 다소곳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나는 더 위엄스럽게 시험장 규률을 강조하여 말하였다.


시험지를 받은 학생들은 이윽고 조용해해지더니 교실에는 사락사락 연필 달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참으로 기특한 모습들이다. 평소에 그렇게 애꾸러기던 애들도 머리를 수굿하고 열심히 써내려가고 있었다.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선이 이루어졌다. 한참 지나니 탄식소리, 한숨을 풀풀 내쉬는 소리, 썩썩 문지르는 소리가 한데 어울려 시험장이 어수선하기 시작하였다. 이윽하여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 손장난 하는 아이, 멍때리고 있는 아이, 계속 열심히 쓰고 있는 아이들 별의별 학생들이 다 있었다. 방금까지 사랑스럽던 그들이 또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어쩜 이런 문제들도 못 해내내니? 평소에 열심히 하지 않더니 보기 좋네!’ 하면서 눈을 가슴츠레 뜨고 학생들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시간이 얼마 지났을가? 한 애가 벌떡 일어선다. 키도 훤칠하니 크고 오관이 단정한 남학생이였다. 그 학생은 텅빈 시험지를 바치고 나가려하였다. 나는 아니꼬운 생각이 들어 “얘, 너는 오늘 저녁 밥도 먹지 말아.”라고 한마디 쏘고나서 계속 “텅빈 시험지를 바치고 무슨 면목으로 밥을 먹겠니?”라고 한마디 더 덧붙이려는 찰나 그 학생은 “선생님, 서있으니 힘들죠? 저의 자리에 가서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미안했다. 아니, 부끄러웠다. 다가가서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무슨 말로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다. 만감이 교차되는 사이 그 학생은 교실문을 나섰다. 공부는 못해도 인정이 많은 아이인듯 싶었다. 평소 교육에서 사람은 사랑과 정이 있어야 한다고 웨치던 내가 아닌가? 그런데 그 학생의 착한 마음, 남을 생각해주는 한 남학생의 측은함을 왜 보아내지 못했을가?



플라스관념으로 무엇이나 생각하라고 평소에 학생들의 결점만 꼬집어내여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귀여운 점, 이런 불꽃 튀는 점을 많이 보아내서 표양이나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면 바보가 아닌 그 애들이 어찌 잘 배울 수 없으랴! 성적 제일이라는 색안경을 쓴 교원이 새싹같이 여리고 깨끗하고 밝은 그 학생의 고운 마음을 어찌 알아볼 수 있었으랴! 언어에도 온도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 학생에게서 무한한 따뜻함을 느꼈는데 그 학생은 얼마나 썰렁했을가?



크고 멋있고 싱싱한 그런 나물을 보면서까지도 환성을 지르며 흥분되고 행복해 하는 우리가 아니던가? 이 꽃은 잎이 고와 곱고 저 꽃은 복스러워 곱고 저 꽃은 색갈이 고와 곱고 또 어떤 꽃은 향기 좋아 좋고 어떤 꽃은 일찍 피여나 좋고 또 어떤 꽃은 늦가을에 피여 좋고 추운 겨울에 피여 좋은 것이 아니던가? 각자 특징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매력이 있고 우점이 있다. 그렇다! 우리의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 노래를 잘하는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 물리를 잘하는 학생, 수학을 잘하는 학생, 의문을 잘 제기하는 학생, 공부는 못해도 반급생활을 잘 책임지는 학생 깐깐한 학생, 인정있는 학생, 례절바른 학생 그야말로 각양각색이고 천태만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원들은 “백락이 천리마를 알아보는” 안목으로 학생들의 마음밭을 훑으며 그 학생들의 빛나는 점을 발견하고 기뻐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고 그 향기를 인정해준다면 그 학생은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리종선의 탈란트(재능, 재주) 이야기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누구에게나 값진 탈란트가 있다.” 그렇다, 일부 학생들은 자기 자신의 탈란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 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신의 탈란트를 의심할 것이다. 이 때 우리 교원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마음의 눈을 가지고 학생들의 탈란트를 발견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신심을 주어야 하며 사랑으로 그 위대한 가치를 발굴하여야 하지 않을가? 마르크웨인은 “멋진 칭찬을 들으면 그것만 먹어도 두달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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