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③ㅣ한국영화에 재현된 조선족을 말하다

도랏뉴스2019-04-18 08:43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선 인구이동의 확대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외국인 이주민 류입 증가와 함께 외국인 230만 시대를 맞이하였다. 그중 중국의 개혁개방과 1992년 중한수교이후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중국조선족(한국 국적 취득자 외)은 2019년 2월 한국출입국본부 기준으로 72만명을 넘어선다. 이는 중국조선족 전체인구의 39%이고 한국 전체 외국인의 31.3%를 차지한다.


여의도광장에서 진행한 '제1회중국동포민속대축제'의 한 장면  


한국에서 조선족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령토적 경계뿐만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혈연의 지정학, 랭전의 부산물인 이데올로기 등 원인으로 류동적이고 복잡한 층위를 갖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가 조선족을 '조선족', '재중동포', '중국인 로동자', '외국인', '한민족' 등 다양한 형태의 담론으로 불러지고 있고 1999년 제정한 재외동포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했다가 2001년에 제한적으로 포함시키는 등에서 볼 수 있다. 한국사회가 조선족을 바라보는 복잡하고 다층적 시선은 영화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영화는 산업과 테크놀리지,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범주가 교차하면서 이미지와 서사의 복합체를 조직해내는 예술형식인 동시에 대중문화의 매체이며 독자적인 언어구조를 가진 사회 담론의 장, 사회현실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영화는 장 뤽 고다르가 말한 "20세기란 영화 없이는 사유될 수 없는 시대"라고 할 만큼 인간의 삶 속에서 단순한 대중매체 의미의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의 생성과 전달 수단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영화에서 조선족은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였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서 결혼이주녀성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로맨스영화 <댄서의 순정>(2005)이 등장한다. 연길에서 온 녀주인공 채린은 열심히 노력하여 춤에서 명성을 얻고 사랑도 이루어내는데 이는 한국영화에서 유일한 재한조선족의 성공모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중국녀성의 신분으로서 <파이란>의 파이란, <차이나블루>에서 칭칭이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도 비록 촌스럽지만 젊고 아름다우며 순진무구한 밝은 이미지들이다. 이는 중한교류초창기, 조선족이 동경하는 한국과 한국인이 바라보는 조선족의 순수하고 순박한 이미지와 세계가 서로 맞물려있다. 다른 한편 결혼이민녀성의 류입은 한국사회에서 결혼상대를 못찾는 한국남성들의 혼인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간접적인 홍보수단의 경로로 활용되여 영화에서 랑만적 서사로 다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 '댄서의 순정' 포스터


결혼이주녀성에 이어 2004년 방문취업제가 실시되면서 한국로동시장의 인력으로 조선족이 대거 류입된다. 단일민족국가인 한국사회는 언어는 같았지만 이데올로기와 문화적 차이가 상이한 조선족과 갈등을 겪는다. 한국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조선족이 조폭, 보이스피싱, 불법체류자, 살인자 등의 대명사로 락인찍히고 2010년대에 들어서서 범죄영화의 장르적 외파를 입고 조선족은 범법과 불법의 기호로 탈바꿈한다. 2010년에 제작된 <황해>에 이어서 일련의 <카운트다운>(2011), <차이나블루>(2012), <공모자들>(2012), <신세계>(2013) <차이나타운>(2015) <악녀>(2017), <청년경찰>(2017) <범죄도시>(2017), <뷰티풀 데이즈>(2018) <우상>(2019) 등 범죄영화에서 조선족은 청부살인업자, 조폭, 깡패, 밀매장사군, 장기매매, 란소적출자 등 범죄와 살인을 저지르고도 눈 깜짝하지 않는 범법자의 부정적 이미지로 등장하며 조선족이 거주하는 밀집지역 대림동은 범죄소굴로 재현된다. <황해><청년경찰><범죄도시>를 비롯한 범죄영화들은 상영된 후 조선족사회내부에서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서의 조선족이미지가 훼손되고 왜곡되였으며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폄하되였다는 불만과 우려, 저항과 소송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의 조선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정체성 혼란을 가져왔다. 영화 <해무>에서의 밀항을 선택한 조선족들은 한국이란 대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고 질문하고 <차이나블루>에서의 재한류학생 길남은 거주하는 동네와 정규교육이 이루어지는 엘리트 집단인 대학에서 차별이 이루어지자 정체성으로 고민한다.


2017년 8월 28일, 중국동포단체들이 영화 '청년경찰' 상영금지 촉구대회를 가졌다.


그 외에도 한국영화 <강철비>에서는 유일하게 통일평화의 념원을 담은 캐릭터, 중국조선족고급관원 리선생이 등장한다. 그는 중국에서 파견된 정부관원으로서 조선족을 편견하고 차별하는 한국에 대해 퍼그나 랭소적이며 그러면서도 한민족으로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고 통일된 국가가 되기를 염원한다.


한국영화에 조선족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댄서의 순정>(박영훈, 2005)에서부터 <황해>(나홍진, 2010), <차이나블루>(김건, 2012), <공모자들>(김홍선, 2012), <신세계>(박훈정, 2013), <해무>(심성보, 2015), <차이나타운>(한준희, 2015) <악녀>(정병길, 2017), <청년경찰>(김주환, 2017) <범죄도시>(강윤성, 2017), <강철비>(양우석, 2018),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2018) <우상>(이수진, 2019) 등 십여편이 훌쩍 넘는다. 조선족은 영화에서 주인공 혹은 부차적 인물로 재현되고 있는데 위의 13편 영화 중 2편(<댄서의 순정><강철비>)을 제외한 나머지는 영화에서 조선족은 범죄자로 등장하는데 압도적인 84%를 차지한다. 실제 통계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중국동포의 범죄률은 한국인 내지는 기타 외국인에 비해 월등히 낮은 편이다.


한국영화에 비쳐진 조선족의 부정적 이미지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파급적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직접적인 문자나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을 동원한 여러 통감으로 미학적 경험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 문학작품이나 다른 매체들보다 이미지나 상상력의 확장에 훨씬 강도 높기 때문이다. 이 파급적 효과는 뒤르껭이 말한 '기계적 속성'으로 사회구성원들사이에 유사성이 발생하여 그들의 공통된 사상과 경향이 각각의 구성원에게 전달되여 수적으로나 강도면에서 훨씬 큰 세를 드러낼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이 범죄영화의 주인공으로 되어 폄하되는 원인은 한국사회의 공간과 력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분단국가의 단일민족으로 '한국=한국인=한민족'이라는 의식아래 국민국가를 걸어온 한국사회의 배타적 인식, 식민지를 거치면서 뿌리내린 탈아시아적이고 서구우월주의의 세계관, 조선족의 귀환이 돌이키기 싫은 렬등하고 빈곤한 식민지 과거의 기억회상과 자본과 국가의 론리 속에서 가난한 조선족의 무용론 인식, 무작정 시청률을 올리고 흥행하기 위해 부정적인 면을 특대화하고 과장하여 보도하는 한국언론매체의 관행 등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량날의 검과 같아서 단기간의 경제적 리익 창출과 한국만의 공동체를 통합하는 이데올로기로서는 훌륭할지 모르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편견의 칼날은 부메랑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가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조선족이 한국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이 없는 평등한 존재로 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와 언론매체에서의 끌어안는 포용정책이 실시되여야 하고 한국사회에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 올해 재외동포법 시행 20주년인 현 시점에서 18세이상 동포 방문취업비자 발급, 6주기술교육페지, 외국인등록증의 영문이름과 한글이름의 병행표기, 동포체류자격의 제한적 조건완화 등 일련의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재한조선족사회 지각변동에 따른 동포체류자격부여, 언론미디어의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보도 등이 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중국동포 '외국인자률방범대' 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재한조선족사회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다. 그동안 조선족이미지개선을 위한 동포모니터링사업단이 출범하였고 동포사회 각 계층에서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다. 한국에 있는 10여개의 동포언론사들은 동포소식을 시시각각 전하고 있고 100여개의 다양한 동포단체와 조직들은 다양한 행사를 펼치며 친목과 단합, 상생을 꾀하고 있다. 동포들 간의 협력도 좋지만 나아가서 상호 개방적인 자세로서 한국인단체와 한국언론사와의 적극적인 교류와 홍보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조선족의 진실되고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알려야 한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조선족공동체의 정치경제문화의 실력향상이 필요하다.


조선족은 중국과 한국, 어느 하나도 뗄 수 없는 인연이다. 미래는 분명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재한조선족과 한국인이 상생하고 공생하는 '윈-윈'의 그날을 기대해본다.


/전월매



전월매 략력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학박사.

현 천진사범대 한국어학과 부교수.

동북아신문 상임리사.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리사.



<대림칼럼>은 동북아신문과 흑룡강신문의 공동주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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