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의 어머니

좋은글2019-05-10 09:17

"너 좋아하는 우거지국 끓여 놓았는데 늦더라도 집에 와서 저녁 먹어라."낮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오늘, 다른 곳으로 발령난 동료가 있어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어떡하지요?"


"약속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먹고 집에 와서 먹어라. 사 먹는 밥이 살로 간다냐!"


"그럴께요. 될 수 있음 일찍 갈게요."



전화를 끊고 다 끝마치지 못한 일을 붙들고 끙끙대는 동안에도 어머니의 저녁 먹으러 오라는 말씀이 머리를 자꾸 맴돌았습니다.


래일 모레 지천명을 바라보는 아들, 혼자 밥 먹는 것 보기 싫다며 나 올때까지 어머니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어머니, 아버지 당신들 드시려고 우거지국을 끓이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시험공부한다고 새벽잠을 드는 당신의 손주들, 그리고 늘 바삐 사는 아들 먹이려고 끓이셨을겁니다.


대단한 음식도 아닌, 특별하게 맛있는 요리도 아닌 우거지를 씻고 다듬으시면서, 평범한 저녁준비를 하고 국을 끓이시면서, 국솥우로 푹푹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을 보면서 자식, 손주들과 함께 나누는 밥 한끼를 생각하셨을 겁니다.


펼쳐진 일감들을 그대로 둔채 하던 일을 멈추었습니다.


오늘 못끝내면 래일 하기로 했습니다.


동료와의 저녁은 초밥 몇개로 떼우고 마침 그 동료도 어제 외식을 하다가 체해서 속이 안좋다하여 서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 당도할 때쯤은 해넘을 무렵이였습니다.


숨을 멈추고 올려다본 서쪽 하늘은 어릴적 저녁하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런 하늘아래서 날 저무는줄도 모르고 놀고 있노라면 "밥 먹어"하고 길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땅바닥에 그어놓은 금을 그냥 둔채, 구슬이나 딱지를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거나 흙묻은 손에 쥔채 집으로 달려갑니다.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오르고 흐릿하고 푸르스름한 이내가 집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마을을 감돌때면 집집마다 아이들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네." 대답을 하지만 그냥 가는 법이 없습니다. 두번, 세번 점점 커지면서


화가 난듯한 목소리가 들려야 그제서 일어섭니다.


지금 어머니가 그 소리로 저를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가 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뜨끈뜨끈한 우거지국에 금방 담은 겉절이 김치를 넣어 먹는 저녁밥은 넉넉하고 풍성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주는 무슨 일로 바빴는지 우리 다섯식구 오붓이 하던 저녁식사 자리도 거르고 지나갔습니다.


늙고 병드신 어머니가 몇번이나 더 저녁 먹으라고 저를 부르실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땅따먹기 하느라 땅바닥에 그어 놓은 금을 그냥 둔채 달려오던 날처럼 저는 어머니의 추녀 밑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연보라빛 개망초 채 피기도 전에 며느리를 묻고서 돌아서 울 수조차 없었던 슬픔을 가슴속에 오롯이 묻어두고 차마 버리지도 못할 세상 살아오신 내 어머니..


자식 향한 파리한 모정 하나로 갖은 풍상 모질게 다스리며 질기게 이어온 당신의 헝클어진 삶의 매듭, 헹구고 또 헹구며 수십번의 계절을 마중하고또 보낸 세월에 어느덧 솜털처럼 가벼워진 아, 가난한 내 어머니. 굽어있는 당신의 등을보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입니다.



검디검던 머리가 하얗게 센 모습을 보며 눈물만 하염없이 흐릅니다.


초저녁 잠 많으셔서 졸린 눈 부비며 늦은 귀가길의 아들에게 밥은 먹었냐며 춥지는 않냐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이시는 당신..


세상에서 단 한분이신 나의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정성을 다해 차려주신 우거지국이 놓인 오늘저녁 식탁,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만찬이였습니다.  



-어머니란

스승이자 나를 키워준 사람이며,

사회라는 거센 파도에 나가기에  앞서

그 모든 풍파를

막아내주는 방패막같은 존재이다..

스탕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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