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⑰ㅣ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도랏뉴스2019-10-08 14:29



정련약력: 흑룡강성 상지시 조선족중학교. 2002년 흑룡강성 문과 수석. 북경대학 경제학원 국제경제무역학과 02학번, 학부 졸업. 동북아신문 칼럼니스트.


[업무경력] 2006년 9월~2010년 9월 우리에프앤아이(우리금융그룹 자회사, 현재 대신에프앤아이), 투자팀. 2010년 10월 ~ 2014년 6월 동양증권(현재 유안타증권) IB부문 기업금융업무. 2014년 6월 ~ 현재 유안타증권 기획팀, 비서팀 팀장.


----------------------------------------


갤럭시 노트10이 나오면 폰을 바꾸겠다고 버티던 지인이 있다. 폰은 바꾸었는지 모르겠으나 갤럭시가 나의 관심사였던 적은 한번도 없다. 150만원의 아이폰을 주저 없이 사대고, 맥북에 애플 전 라인을 시도해본 나에게 있어서 "나오면 바꿀꺼야"는 상당히 납득이 되는 얘기다. 돈이 많아 넘쳐서도 아니고 신상에 환장해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돈"을 써서라도 얻고 싶은 하나의 확실한 가치를 "애플"은 나에게 주고 있다.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인생관, 가치관이라는 고리타분하고 애매한 이야기보다 나는 내 기준에서 "가치"를 부여하는 현실적인 카테고리를 이야기 해보고 싶다.




1.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


내가 가장 쓸데 없이 시간을 썼다고 느꼈던 것은 단순한 "폰게임"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쓸데 없지는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정확히 한계적이고 그래서 더 아껴써야 하는 것이 시간이다.


어제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 왔는데 딸들이 늦게까지 안자고 있다고 남편한데 혼나고 있던 터였다. 려행 후 정리 안된 짐과 많은 것들이 나의 신경을 긁었지만 나는 그들을 제쳐 놓고 두가지 일을 했다. 두 아이에게 "갯벌에서 사는 생명체"와 관련된 만화책을 읽어 주었고 남편과 기대어 오붓하게 TV를 한참 봤다.


내가 운전 출퇴근을 선호하는 리유는 집과 직장 사이의 "길"에 가장 짧은 시간을 쓸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막상 지하철에서 책 읽고 게임포인트를 쌓지 못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쉬운 "강박적" 성향의 나다. 시간이란, 나의 생명 세포세포이고 내가 물리적으로 소유한 것의 전부다.


내가 시간을 내여 만나는 사람, 시간을 내어 걷는 길, 시간을 내여 하고 있는 사랑, 내가 나 그리고 내 인생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들만 골라서 한 것이고 또 그렇게 해 나갈 것이다. 나에게 희열과, 행복과, 인내와, 편안함을 주었던 나의 "시간"에 대하여 뿌듯하게 생각한다.


돌아와서 다시 나의 소소한 폰게임을 이야기 하자면 내가 정말 좋아하고 TV를 볼 때, 화장실에 갈 때, 지하철에서 앉지 못할 때 나에게 엄청난 만족을 준다. 애니팡 포코팡 지인 1위는 물론, Player 상위 0.15%, 다른 그림 찾기 코인 모으기(사실 힌트를 얻기 위한 코인이지만 이게 쌓이는 것이 이렇게 좋다), 캔디크러쉬는 항상 개발자의 새 게임을 기다리는 등이다. 머리 속에서 뭔가 내려놓는 것이 좋아서 인지, 아니면 정말 딱 뭐 하나만의 생각에 집중하기 위한 것인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냥, 나는 이 아무 의미 없는 게임의 결과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나를 리해하거나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미스터리하고 나처럼 생각이 많은 인간은 더더욱 미스터리 할 테니까. 머리 아팠던 시간은 내가 선택하지는 않았으나 선택한 것들 때문에 따라오는 후유증이라면 풀려고 영화 보고 공부 하고 소설 읽고 그냥 묻어 둔다. 저질러 놓은 무언가를 해결할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2. 돈은 어디에 쓰는가


나나 남편이 "돈"에 조금 더 영민하고 연연했다면 지금쯤 우리 집의 두배가 되는 집에서 살고 있겠지만, 우리는 돈을 그렇게 쓰지 않는다.


친구가 SNS에 "이거 가지고 싶다"라고 사진을 올렸는데 가볍게 "그럼 빨리 가져"라고 댓글을 달았다.


신혼 초기에 새댁의 살림마인드로 가계부를 쓴 적이 있다. 일주일 뒤 나는 가계부란 다이어트할 때의  식사 메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식사 메모란 내가 정말 많은 것을 먹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가계부란 내가 정말 많은 돈을 썼구나를 알려줬다. 그 다음, 가계부를 쓴 적이 없었다.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아주 순수한 말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어머니께서 "애키우고, 집도 사고, 돈 쓸 일이 많은데, 먼 용돈을 이렇게 줘…"라고 하시면 나는 "어머니, 돈은 이렇게 쓰려고 버는거죠"라고 한다. 나는 우리 집의 엥겔지수가 높다고 늘 롱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가계부를 써보면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어디든지 바로 먹는다.


서점 냄새 속에서 바로 Get하고 싶은 마음에 나는 10% 더 비싸게 항상 산다. 호구 소리 늘 듣지만 나는 그냥 호구 이고 나는 꼰대이고 나는 머리 긁적이며 내가 그렇지, 라고 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얻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련애하는 남녀 중에 남자가 돈을 써서 뭔가를 사준다는 것은 단순하고 간편한 그 생물 종의 직관적인 애정표현이라고 한다. 나를 위해 돈을 안 쓰는 남자는 마음도 안 쓰고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물론 사랑을 위한 만남만 전제로 하는 이야기이니 확대해석은 하지 않기 바란다.



3. 마음은 어디에 쓰는가


최근 네이버 과학에서 이별의 아픔에도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글을 봤다. 우리 몸이 느끼는 아픔은 사고가 났을 때 느끼는 통증과 같다고 한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유물론적 세뇌교육을 받은 나지만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미세신경반응의 개똥과학에 걸어보고 싶다.


사윤이(10살, 3학년, 개인정보 로출을 꺼려하지만 실명 거론함)가 2학년 때 힘들만한 일이 있어 단둘이 손 잡고 산책을 나간 적이 있다.


"엄마는 사윤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게 너무 사랑스럽고 너무 고마워. 하지만 사윤이가 슬프고 화나고 속상한 일도 엄마한데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 "


"엄마, 나는 속상한 일은 잊어버리는게 좋던데."


"사윤아, 엄마가 해봐서 아는데 속상한 일은 잊어버린 것 같아도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서 사람을 아프게 해. 화를 내고 울고 이야기하면서 풀어야 되더라고. "


"그렇구나. "


"그럴 일이 있으면 엄마랑 같이 소리지르고 화내고 해볼까? 우리 같이 하자."


"그래."


웃었던 순간은 잊혀지고 울었던 순간의 기억은 오래 간다는 연구보고와 책이 상당히 많다. 웃고 우는 것, 또한 그 시간 그 상황에 대한 내 몸의 대처에 지나지 않겠지만 누구에게는 상처 받고 누구에게는 괜찮은지는 분명 많이 다르다.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를 하고 누구에게 상처를 받는가.


그 사람은 싫든 좋든 내가 "가치"를 부여한 사람일 것이다.


4.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가치


나는 목표 지향적이고 저돌적이고 심지어 가끔 공격적이고 무모하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해내고 살았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많은 것에 눈을 감고 마음을 닫고 살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뭔가를 얻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이 어려운 법이기에 내가 지금 느끼는 "가치"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가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 리념, 희망 같은 것도 조금 그려볼까 한다.


한때 정체성 이야기의 좁은 골로 빠져서 살던 시기가 있어서 정체성 이야기가 나오면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마냥 거슬렸었다.



지금 많이 론의되는 현실의 모양과 먹고 살기 위한 길이 아니라 단순하고 무모하더라도 누군가 따라가고 싶은 길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요즘은 좀 하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 가치를 부여하는가


우주의 어느 새 별을 발견하여 나의 이름표를 붙이는 일이 세대에 세대를 이어 바다를 메워 베네치아를 만들어낼 정도의 유전자적 공포("감동, 너무 주관적인 이태리 기행" 참조)만큼의 크나큰 꿈이 된다면 나는 나의 아이들은 우리는 100년 뒤 어디쯤에서 뭘 하고 있을까. 술집에서 떠들지 않는 교양 같은 것으로 삿대질 하면서 싸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대림칼럼>은 동북아신문과 흑룡강신문의 공동주최로 이어집니다.


댓글 쓰기
0 /255
게시
사용자 평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