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이야기] 초대받은 아이들(련재2)

글소리2019-11-11 09:28


초대받은 아이들(련재2)



2. 선물 주문



성모가 몇몇 애들한테 미리 선물을 주문했다.


“영진아, 너는 게임 시디 정품 사와. 스타 사진첩은 찬수가 산다니까. 주영이는 문구 세트, 훈이는 뭘 준다고 했더라…”


성모생일은 소문이 날대로 났다. 선생님까지 “나도 초대할거니? 난 그날 무지 바빠서 안되겠는데.” 해서 모두 웃을 정도였다.


만약 다른 애가 그렇게 생일을 떠벌렸다면 욕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모는 괜찮았다. 걔는 인기 좋은 반장이니까. 녀자애들도 초대받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갈 때 성모가 또 한번 애들을 웃겼다.


“여러분, 제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부디 량손을 무겁게 하고 와서 나를 기쁘게 하십시오.”


성모의 장난 말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 특히 남을 웃기는 일이 수학시험 백점 맞는 일보다 어려운 나 같은 애는 도저히 못하는 일이다.


성모랑 애들이 몰려나갈 때 나도 따라갔다. 그러나 곧 뒤로 처졌다. 성모 곁에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나란히 걷기란 불가능하다. 언제나 그렇다. 같이 가도 결국 나만 남게 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청소가 안되여 있다는 걸 알았다. 날마다 쓸고 닦아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가 웬 일인지 모르겠다.


집안이 어질러져있는데도 엄마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나한테 잘 다녀왔느냐는 말도 안했다.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엄마 기분이 나아졌으면 해서 나는 되도록 명랑하게 떠들었다.


“엄마, 성모는 인형도 좋아하나봐. 철이한테 괴상하게 생긴 인형을 선물받고 싶다고 했대. 철이는 괴상하게 생긴 인형이 어떤 건지 몰라서 고민이래.”


“성모처럼 생겼으면 괴상한 인형일 거다.”


“엄마!”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마치 삐쭉거리는 녀자애처럼 말하다니.


“성모라는 애, 엄마는 못마땅하다. 좀 뻔뻔하지 않니?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인 데 이거 달라 저거 달라는게 뭐야?”


“뭘, 선물이 겹치지 않으니까 좋지.”


“그래서, 너한테는 뭘 달라니?”


“…”


엄마가 괜히 짜증을 냈다. 입만 열면 성모 얘기뿐이니까 그럴만도 하다. 작년에는 연지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엄마를 지겹게 만들었다. 그림공책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난 뒤에야 연지 얘기를 그만두었으니까.


온통 연지뿐인 그림공책은 아직도 서랍 속에 있다. 엄마가 쓰레기통에서 꺼내 넣어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번 다시 거들떠보지 않았다. 연지가 다른 반이 되니까 마주치는 일이 드물 어서 그림 고액이 꺼내지지도 않는다.


“아, 참. 그림공책 선물한댔지. 걔도 알아?”


나는 고개만 저었다.


엄마가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자 학교에서 속상했던 마음이 슬그머니 되살아났다.


“아직, 나한테는 선물 얘기 안했어.”


엄마는 잠자코 있었다. 엄마가 내 말을 듣는지 음악을 듣는지 모를 표정으로 앉아있기만 해 서 나도 입을 다물어버렸다.


성모가 나한테도 선물 얘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했다. 말다툼한 적이 있는 애한테도 했고 전학 온 기영이한테도 했으면서. 아무리 짝꿍이라고 해도 우리 반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애인데.


나는 공부도 곧잘하고 애들을 귀찮게 하지도 않는 애다. 운동보다는 책을 좋아해서 조용한 편이고 선생님 질문에 대답도 잘한다. 보충설명까지 해서 선생님이 ‘잡학사전’이라고 부른 적이 있을 정도다.


누구랑 싸우지도 않으니까 내가 별나게 눈에 띄는 애는 아니다. 그렇다고 성모가 나를 모를리 없다. 나는 학급회의 때 성모 의견에 언제나 손을 들어줬고 같은 모둠인 데다가 성모가 준비물을 안 챙겨왔을 때 빌려주기도 했다. 편가르기 때도 나는 언제나 성모 편이였다. 성모도 그 사실을 알 것이다.


“민서야, 성모가 네 생일날 왔던가?”


“…”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수수팥떡에 식혜를 먹고 간 날이 내 생일이였다는 것을 친구들이 기억이나 할가.


내 생일날 왔으니까 너도 당연히 나를 불러줘야 된다고 말하기는 싫다. 그냥 초대받고 싶을 뿐이지. 그건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초대받고 싶은데 안된거야?”


“…”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래서 더 속이 상했다. 그런 말을 한번 더하면 기어이 울고 말았을 것이다. 눈물이 너무 흔해서 탈이다.


“9월 20일에 더 중요한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더 중요한 일, 뭐요?”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날이 성모생일이기만 하겠니?”


“나한테는 그게 중요해요.”


“그럼 너도 초대해달라고 말하지 그래?”


엄마는 진짜 너무하다. 남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게 성모랑 똑같다.


“엄마는 내가 자존심도 없는 앤 줄 알아요?”


결국 말끝에 울먹이고 말았다.


내가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데도 눈치를 못 챘는지, 엄마는 벌떡 일어나더니 음악을 꺼버렸고 청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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