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작문] 초대받은 아이들(련재3)

글소리2019-11-18 09:42


초대받은 아이들(련재3)

3. 따돌림




성모가 초대장 묶음을 꺼내자 애들의 시선이 집중되였다. 철가루가 자석에 몰리는 것처럼 성모가 애들을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영진, 당첨되셨습니다.”


성모가 우스개소리를 하면서 초대장을 주자 영진이는 복권당첨이라도 된 듯이 펄쩍펄쩍 뛰였다. 애들은 걔가 허풍 떠는 모양을 보면서 웃었다. 즐거운 날을 더 재미있게 보내려고 하는 행동이라 아무도 흉보지 않았다.


“김훈, 당첨! 놀라운 선물은 준비됐나요?”


성모가 마치 왕처럼 가슴을 내밀고 초대장을 내밀자 훈이는 한쪽 무릎을 꿇고 두손을 높이 해서 받았다. 애들이 또 웃었다.


갑자기 주영이가 나서더니 성모 어깨를 탁 쳤다.


“빨리 안주면 가버린다.”


“예, 예. 여기 있습니다요!”


성모가 굽실거리며 초대장을 주자 주영이가 혀를 내밀며 받았고 애들은 또 웃었다. 그런 식으로 초대장이 나눠졌다. 하지만 애들이 계속 웃은 건 아니다. 초대장이 줄어들수록 웃는 애들도 줄어들었다.


성모는 장난말을 더 하지 않았고 애들도 조용해졌다. 손에 가득했던 초대장은 고작해야 열두명에게 돌아갔을 뿐이다. 초대장이 하나만 남자 여기저기서 애들이 가방을 챙겨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괜히 느릿느릿 가방을 챙겼다. 마지막에 받아도 괜찮다. 좋아하는 차례대로 초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녀자애들이 거의 다 가서 교실에는 초대받은 애들과 몇몇 남자애들만 남았다. 초대받은 애들의 떠드는 소리가 거슬린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윤기영. 어? 기영이 갔어?”


“…”


마지막 남은 초대장은 다른 애 것이였다.


머리 속이 멍해지더니 가슴 가운데가 찔리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나도 모르게 손길이 빨라졌다. 되도록 빨리 가방을 메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에이, 제일 먼저 줄 걸. 맘에 드는 자식인데.”


“멀리 안 갔을거야. 내가 찾아볼게.”


성모 말과 함께 훈이가 거의 동시에 내 뒤를 따라왔다. 훈이는 나를 앞질러서 뛰여갔고 내가 신발을 신고 계단을 내려갔을 때는 벌써 운동장까지 가있던 기영이와 말을 주고받는 중이였다.


나는 되돌아오는 훈이와 마주치는게 싫었다. 감쪽같이 사라져서 내가 지나가는 줄도 몰랐으면 했는데 정말로 훈이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기운이 쭉 빠졌다. 기영이가 얄밉다. 전학 온지 며칠 되지도 않는 주제에 초대받다니.


“당장 없앨 거야. 박박 찢어서 쓰레기통에 처 박아버리겠어!”


속으로 화를 내면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림공책을 둘둘 말아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갈기갈기 찢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아까운 그림 몇개가 생각나서였다.


“미시가루 타줄가?”


엄마가 눈치를 보면서 말을 걸었다.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나를 뺐어…”


자주 어울리던 애들한테 초대장을 준 것은 당연하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하지만 싸웠던 애랑, 남을 괴롭히는 영수 같은 애한테도 주면서 나를 빼다니. 집에 가던 애한테까지 주면서.


영수 같은 애보다 못한 대접을 받은 것만 같아서 화가 난다. 모둠을 옮겨달라고 할가, 아예 전학시켜달라고 할가.


“치사한 자식. 생일이 뭐 대단한거라고…”


까짓 초대장 하나 가지고 으스대던 꼴이라니. 왕이라도 된듯이 애들을 제 마음대로 하고. 선물이나 밝히는 욕심쟁이면서.


나는 생일에 초대받은 적이 별로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코미디언 흉내를 못 내기 때문일가. 애들이 재미있어하는 사오정시리즈나 만득이시리즈도 내가 하면 분위기가 금방 썰렁해진다는 것을 나도 안다. 애들이랑 뒤엉켜서 장난치는 것도 내키지 않고 큰소리로 다투며 주먹싸움 하는 것도 자신 없다. 그래서 친구가 안 생기는거라면 나는 절망이다. 안되는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


나도 좋아하는 친구 생일에 초대받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대받은 애들이 너무나 부럽다. 나에게도 단짝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불공평한 세상이다. 어째서 어떤 애들은 생일마다 초대받고 어떤 애는 그렇게 못할가.


“이제 성모랑은 끝이야. 나도 관심없어!”


그림공책이라도 찢어버려야 속이 풀리겠다. 하지만 엄마가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우두커니 앉아있어야만 했다.


“래일 2시에 뭐 할거니?”


이럴 때 엄마는 도무지 엄마 같지가 않다.


동화책이나 텔레비죤에 나오는 엄마들은 상냥하고 자상한데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요즘에는 괜히 짜증 부리고 청소도 잘 안하고 밥상도 대충 차려서 아빠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정도다. 지금도 나를 더 속상하게 만들려고 심술을 부리는 것만 같다.


“래일 뭐 할거냐고 묻잖니?”


“잠이나 잘거예요. 그러니까 나 좀 놔둬요.”


“왜?”


“그냥, 짜증 나니까!”


엄마가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짜증 난다고는 말하지 말 걸 그랬다. 나는 례절바르다는 소리를 듣는 편인데도 엄마한테는 곧잘 버르장머리없는 애가 되곤 한다.


“난 처음부터 못마땅했어. 그런 애 때문에 속상해할거 없잖아!”


엄마도 나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초대 받지 못한 걸 눈치채고 나처럼 화가 난게 분명하다. 엄마 목소리가 커지면 나는 더 화를 낼 수가 없다.


엄마 말이 맞다. 선물이나 탐내는 애 때문에 속상할 필요가 없다. 그런 애한테는 내 선물이 아깝다. 여섯달씩이나 정성들인 그림공책을 받을 자격이 없는 애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속상하다.


말하지 않아도, 아닌 척하려고 해도 내가 따돌림 당한 건 사실이니까.


(다음주 월요일에 4회를 올려드립니다.)



댓글 쓰기
0 /255
게시
사용자 평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