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이야기] 초대받은 아이들(련재4)

글소리2019-11-25 09:41

초대받은 아이들(련재4)


4. 분홍색 카드



토요일이다.


학교에 있기가 정말 싫었다. 애들은 빨리 생일잔치에 가고 싶어서 공부를 지겨워했고 나는 그런 애들이 보기 싫어서 지겨웠다.


집에 오자마자 방문을 닫고 들어앉아서 그림만 그렸다. 분식집에 앉아서 김밥이며 떡볶이를 먹어대는 애들을 돼지처럼 그리고 선물에 눈이 먼 성모 눈을 툭 튀여나오게 그렸다.


내 그림은 좀 별나다. 특징을 드러나게 표현하고 나머지는 대충 그린다. 야구공을 잘 던지는 애는 손만 크고 자세하게 그린다거나 말싸움하는 애들은 입을 우습강스럽게 그리는 식이다. 침이 튀여나오고 이발이 튀여나오게 그려진 그림은 내가 봐도 정말 실감 난다.


“민서야, 투명테프 좀 찾아줄래?”


엄마가 방문을 조금 열고 얼굴을 디밀었다.




목소리가 모처럼 밝다. 청소를 말끔하게 한 것을 보면 기분이 괜찮아진 모양이다. 머리도 단정하고 화장까지 해서 엄마는 예뻐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 기분은 아직도 우울해서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네 가방에 있는 걸 봤는데?”


“아니, 없어요.”


“그러지 말고 한번 봐라. 다른 데는 없는 걸.”



엄마가 또 나를 못살게 구는 것 같아서 귀찮았다. 그렇다고 엄마한테 대들 수는 없다. 괜히 또 화나게 만들었다가는 엄마가 아예 청소도 살림도 안해서 돼지우리 같은 집에서 밥이랑 김치만 먹게 될지도 모른다.


“엄마 약속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얼른 찾아줘.”


“…”


엄마는 방문 앞에 서서 거의 명령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다. 나는 마지 못해서 가방을 뒤져보았다. 투명테프 같은 건 절대로 없다는 것을 알리려고 여기저기, 작은 주머니까지 다 열어보았다. 그런데 가방에 낯선 카드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어? 이게 뭐지…?”


분홍색 카드였다.



차민서. 내 생일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날자: 9월 20일, 오후 2시


장소: 학교 앞 분식집



생일 초대장이였다.


“투명테프는?”


“아니, 없는데. 그런데 이게 있어, 엄마.”


나는 눈이 둥그래져서 카드를 들어보였다.


그러나 엄마는 별 관심이 없는지 카드를 본 체도 하지 않고 투명테프만 찾아다녔다. 그러더니 약속시간 늦겠다며 찾기를 포기했다.


“누가 보냈지? 이름이 없어.”


“성모생일이라며.”


“걔 초대장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초대장이 다 같아야 되니?”


“그건 아니지만…”


“아이고야, 벌써 2시가 되여가네. 어떡 할래?”


“뭘요?”


“엄마는 지금 나갈 건데, 집에 있을거냐고. 그럼 집 잘 보라고.”


엄마가 나를 보면서 신발을 신었다.


나는 카드를 들고 우물쭈물했다. 십분만 지나면 2시다.


“참! 너, 그림공책도 버렸잖아.”


“아…”


쓰레기통을 보았다. 벌써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내다버렸어요? 좀 챙겨두지!”


“내가 왜? 버린 사람은 넌데? 안 나갈거면 혼자서 점심 먹어. 맛있는 반찬 많이 해뒀으니까.”


엄마가 생긋 웃더니 나가버렸다.



나는 초대장을 들고 거실을 오락가락했다. 오분전 2시가 됐다.


“성모가 몰래 넣어뒀나? 그럴리가 없지. 우린 별로 친하지도 않고 걔는 떠벌리기 잘하는 애잖아. 걔 말고 분식집에서 생일잔치 하는 애가 또 있단 말야? 나도 모르게 초대를 해? 누구지? 어째, 카드도 글씨도 녀자 것 같은데. 뭐가 뭔지 모르겠네…”


곰곰히 생각해도 아리송하기만 했다.


“성모가 준 초대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가보면 알겠지. 누군지 몰라도 분명히 내 이름을 썼으니까.”


나는 있는 돈을 다 가지고 문방구로 갔다.



그런데 선물로 뭘 사야 할지 막막했다. 이게 정말 성모 초대장이라면 살게 없다. 걔는 웬만한 선물은 다 받을 것이다. 만약 다른 친구라면 카드나 글씨로 봐서 녀자라면 더더구나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아줌마, 친구가 선물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바꾸러 와도 돼요?”


“그래라. 포장을 뜯거나 망치지 않는다면.”


나는 초대장 보낸 애가 성모이기를 바라며 새로 나온 게임시디를 샀다. 그리고 분식집으로 달음박질했다.


(다음주 월요일에 5회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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