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이야기] 초대받은 아이들(련재5)

글소리2019-12-02 10:05


초대받은 아이들(련재5)


5. 화내는 방법




분식집 앞에서 걸음이 저절로 멎었다.


초대장 준 애가 성모이기를 바랐지만 아닐지도 모르니까 조용히 들어가면서 살피기로 했다.


유리창으로 안에 있는 애들이 보였다. 다른 반 애들도 있어서 분식집안이 어수선하게만 느껴졌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주머니 속의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문을 밀고 들어갔다. 훈이가 먼저 나를 알아보았다.


“어? 민서도 왔네. 쟤도 초대했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글쎄…”


“뭐 먹으러 왔겠지.”


나는 애들이 있는 쪽을 보지도 못했다. 뭔가 잘못됐다. 내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는 내가 올 자리가 아니였다.


별로 큰소리도 아니였는데 걔들 말이 왜 그렇게 또렷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걔들 말은 바늘처럼 가슴을 뜨끔거리게 했다.


몸이 뻣뻣해져서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누구일가. 누가 이렇게 나를 난처하게 만들었을가.




당장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 았다. 성모 생일잔치에 온 애들 말고 내가 아는 애가 여기 있었으면. 제발 그랬으면…


성모 쪽으로는 고개도 못 돌리고 안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눈앞이 뿌옇기만 했는데 차츰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식집아줌마, 모르는 애 두명, 중학생 누나들, 그리고 한 사람.


“엄마!”


기가 막혔다.


엄마가 나를 보고 손짓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엄마한테 갈 수 밖에 없었다. 엄마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나는 터덜터덜 다가가서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나 있는 건데 그랬다. 장난카드를 받은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비싼 선물까지 사갖고 뛰여왔다니.


“그래. 엄마가 초대했어.”


“엄마가? 왜요?”


볼멘소리가 튀여나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이런 일을 꾸며서 애들한테 웃음거리가 되게 만들었는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신경질 그만 내. 엄마도 유쾌하지 않으니까.”


엄마 목소리는 차분하고 다정했다.


“날 놀렸으면서 뭘. 왜 유쾌하지 않아요?”


“우리 집 남자들이 섭섭하게 했으니까. 내 생일을 기억도 못했잖아. 빨간 동그라미까지 쳐뒀는데 너는 성모얘기만 했고 아빠는 특근하는 날로만 생각했잖아. 엄마라고 해서 섭섭한 걸 다 참아야 되니?”


“…”




엄마 생일인 줄은 몰랐다. 요즘 청소도 안 하고 밥상도 시원찮게 차렸던게 리해가 됐다. 작년에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연거퍼 두번씩이나 생일을 지나친다는 건 진짜 속상할 일이다.


아무튼 음력생일을 지내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된다.


“더구나 내 아들이 초대받지 못했고 두루두루 속상했어.”


“까짓거, 괜찮아요.”


나는 탁자다리를 발로 건드리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엄마생일이라는 말에 더 짜증을 부릴 수가 없었다.


“엄마는 괜찮지 않아. 그래서 초대장을 보낸 거야. 너랑 나랑 같이 즐거워지려고. 외토리끼리 잘 지내고 싶었단 말야.”


엄마가 생긋 웃더니 납작하게 포장된 것을 두개 내밀었다. 뭔지 몰라도 그것을 받는 순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내가 엄마한테 뭘 드려야 하는데 되려 받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뭐예요?”


“온통 성모만 그렸더라. 네가 그 애를 얼마 나 좋아했는지 충분히 알겠어.”


엄마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림공책을 뭐하게 포장까지 했을가. 성모랑은 이제 완전히 끝인데.


“엄마는 아직도 성모라는 애, 별로야. 너처럼 괜찮은 친구를 알아보는 눈도 없잖아. 그래서 나도 너처럼 이걸 버리고 싶었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거 주인은 나도 아니고 민서도 아냐. 성모지.”



나는 잠자코 입술만 깨물었다. 엄마는 성모가 있는 쪽을 흘낏 보더니 한숨을 조금 쉬였다.


“성모 주려고 그렸잖아. 오늘은 쟤 생일이고. 그러니까 줘. 초대받지 않았어도 선물은 줄 수 있는거야. 엄마도 너한테 선물 주잖아. 아주 깨끗한 공책이야. 이번에는 진짜 괜찮은 애를 찾아서 그려봐.”


“이제 그런 짓 안해요.”


“그건 네 마음대로 해. 아무튼 이건 성모한테 줘. 그러고나서 우리끼리 맛있는 거 실컷 먹자 얘.”


“…”


“어차피 버렸던건데 아까울거 없어. 안 그러니?”


“…”


“민서야. 이건, 멋지게 화내는 방법이기도 해.”


“이게 화내는 방법이예요? 괜히 손해만 보는거지.”


“그런지 안 그런지 시험해보는거야.”

엄마는 망설이는 내게 용기를 주느라 애쓰고 있었다.



나는 포장된 선물을 보고 성모를 보았다. 만약 성모가 버린다면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속이 상할 만큼 상해서 더 속상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엄마생일에 초대받은 것이지 성모생일 때문에 여기 있는게 아니니까.


“엄마, 우리 뭐 먹을 거예요?”


“뭐든지! 생일은 원래 베푸는 날이야.”


“좋아요!”



(다음주 월요일에 6회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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